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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하락 끝이 안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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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달러화값이 연일 하락을 거듭, 그렇지 않아도 주가폭락으로 먹구름이 낀 세계경제에 혼미를 더해주고 있다.
도쿄· 런던등 외환시장에선 개장이 바쁘게 달러를 팔자는 주문이 쏟아져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달 28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백40엔대를 깬 이래 계속 떨어져 4일 도쿄외환시장에선 한때 1달러=1백36엔80전으로 전후최저 시세를 기록했다.
또 서독외환시장에서도 3일 달러화 하락세는 계속돼 1달러=1.7050마르크를 기록, 지난 80년1월 미국경제칩체와 이란인질사태로 최저시세였던 달러당 1.7062마르크를 밑돌았다.
달러화가 이렇게 떨어지자「베이커」 미재무장관은 일본·서독에 협조를 구해 시장개입에 나서는등 동분서주하지만 달러화 하락을 저지시키지는 못하고있다.
현재의 달러화 하락은 지난달 19일 「암흑의 월요일」 뉴욕증시의 폭락이 몰고 온 충격으로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경제의 취약성이 주가폭락으로 나타났고 계속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말 워싱턴에서 열린 IMF (국제통화기금) 총회를 계기로 G7 (선진 7개국재무장관회의) 이 환율안정의 재다짐등 루브르 합의를 재확인했을때만해도 선진국들은 상호경제정책 협조에 그런대로 자신감을 갖는 듯 했다.
선진국 재무장관들이 지난 2월 파리에 모여 합의한 루브르협정이란 주요국 통화를 적정시세권에 유지하면서 미국은 재정적자를 삭감시키고 흑자국인 일본과 서독은 내수확대로 무역불균형의 시정을 상호 협조하에 추진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실제 루브르합의이후 달러화는 4월이후 줄곧 1백40∼1백50엔선의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삽시간에 몰아닥친 주가폭락에 연이은 달러화 급락으로 이러한 협조체제는 기반부터 흔들리고 통화의 현행수준 수정이 불가피하게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증시안정을 위해 미주요은행들이 금리를 인하, 미·일·유럽의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미국으로부터 자본유출현상이 벌어진 것도 달러화 하락의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최근의 달러화 급락에 대해서 외환시장에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선 우선 증시 및 금융시장 안정이 선결과제인만큼 그동안 인플레억제, 달러화 하락방지 정책에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등 금융완화 정책을 취하고 대신 달러화는 약세를 방치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는 주가폭락으로 소비수요가 위축, 염려되던 인플레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있다.
실제 지난달27일 미하원은행위원회가 개최한 경제정책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서 「갤브레이드」하버드대 명예교수,「팰드스타인」전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등은 입을모아 금융완화를 주장하는 동시에 달러화 하락은 용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앞으로 달러화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을 하지 못한다.
다만 WEFA (왓튼계량겅제연구소) 등 전문기관에서 미국의 무억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연말에는 달러당 1백35엔선, 내년 상반기는 1백30엔 안팎이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있다.
미국으로서는 달러화가 떨어지는 경우에 예상되는 외국자본의 철수를 막기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할테고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해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만간 선진국들이 G7회의를 열어 타개책을 모색하리라고 전망하고있다. 지금까지보다 떨어진 수준에서 새로운 통화시세권을 설정하고 각국이 이에따른 정책노력을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문제는 현상황을 극복해야할 미·일·서독이 서로간의 협조노력에 불만을 표시해 불협화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미국은 주식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대신 이번 달러화 폭락을 방지하기위해 일본과 서독에 금리인하를 제안했으나 일본과 서독에선 미국측이 재정적자 감축등 먼저 타개책을 제시하라고 화살을 미국측에 돌리고있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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