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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추정 유골 → 동물뼈 … 가족들 울린 세월호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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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8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는 세월호에서 작업자들이 흡착포를 이용해 폐유를 처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반잠수식 선박 갑판(원안)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오후 9시 “국과수 감식 결과 동물뼈 7점으로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는 세월호에서 작업자들이 흡착포를 이용해 폐유를 처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반잠수식 선박 갑판(원안)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오후 9시 “국과수 감식 결과 동물뼈 7점으로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세월호 선체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 뼛조각이 미수습자 가족을 두 번 울렸다. 처음에는 미수습자의 유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팀의 감식 결과 동물 뼈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수부, 어제 오후 긴급 브리핑 #“뱃머리 쪽서 4~18cm 크기 발견” #4시간30분 뒤 “혼선·소동 송구” #배수과정서 뼛조각 발견돼 우려 #유실방지망 일부 훼손 가능성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11시25분쯤 반잠수선 갑판 위에서 4~18㎝ 크기의 뼛조각 6개와 신발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고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뼛조각은 세월호 선수 객실이 있는 A데크 아래쪽 리프팅 빔을 받치고 있는 받침목 주변에서 발견됐다. 현장 인력들이 세월호 선체에서 흘러나와 갑판 위에 쌓인 기름과 진흙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미수습자 유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해수부는 뼛조각 발견 직후 해경·국과수·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어 받침목이 있는 구역에 접근금지선을 설치했고 반잠수선과 세월호를 고정하는 작업도 일단 중단했다.

이날 오후 7시 국과수 광주연구소 법의학팀 6명과 미수습자 가족 6명이 함께 배를 타고 반잠수선에 도착했다. 법의학팀은 현장 및 유골 상태를 확인한 뒤 정밀 감식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들의 감식 결과는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뼛조각은 7개였고 모두 동물 뼈로 판명 났다. 식재료로 실은 동물 뼈로 관측된다.

느닷없는 뼛조각 발견 소식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졸였다. 유골 발견이 반갑기는 하지만 동시에 일부 유해가 이미 세월호를 빠져나가 유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이날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공터의 컨테이너형 임시 주거 시설에서 뼛조각 발견 소식을 접했다. 일부 가족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뉴스를 보다가 유해 발견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오열하기도 했다. 때마침 팽목항을 찾은 윤학배 해수부 차관을 만나서는 유실 방지 대책에 대한 재점검을 당부했다.

단원고에 다니던 딸 조은화(당시 17세)양을 찾는 어머니 이금희(48)씨 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9명 모두 찾아 달라. 머리카락 하나, 손톱 하나라도 찾아 달라”고 했다.

해수부도 예상치 못하게 배수 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데 대해 우려했다. 유실방지망이 훼손됐을 가능성을 특히 걱정했다. 가족들은 “배수 작업도 (시신이) 유실되지 않게 천천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미수습자 추정 유골 발견 발표에 세월호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배를 타고 현장으로 나갔던 가족들은 이날 오후 10시쯤 전남 진도군 서망항으로 돌아왔다. 이들 가족을 돕고 있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가족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와 희망을 안고 세월호로 향했던 가족들이 동물 뼈라는 분석 소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수습자 가족 중 한 명인 권오복(61)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동안 꾸준히 시신 유실을 우려해 왔다”며 “인양된 세월호를 목포신항으로 옮기는 작업과 동시에 광범위한 미수습자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혼선을 드리고 소동을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다. 앞으로 세월호 작업 현장에 해경이 상주하도록 요청해 비슷한 해프닝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이승호 기자, 진도=김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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