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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외딴섬 주민들에게 생활비 500억 지원 까닭은 …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낙도(외딴섬)를 국유화하고 거주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 산호섬 조성에 이은 일본의 노골적인 영토 확장 야욕이다.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 [중앙DB]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 [중앙DB]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낙도보전 기본방침’을 승인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이 방침은 도쿄(東京)도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 등 29개 지역 148개 섬을 ‘유인(有人) 국경 낙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중 약 200해리 범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에 위치한 71개 섬은 ‘특정 유인 국경 낙도’로 지정해 특별관리키로 했다. 기존의 유인도가 인구 감소로 인해 무인도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무인도의 경우 사람을 거주시켜 영토화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영토 확장 위해 낙도 주민 대폭 지원책 마련 #무인도에 공식 이름 붙이고 148개는 국유화 #일 의원 “무인도 방치 국가안보에 좋지 않다”

일본 정부는 향후 섬을 매입해 국유화한 뒤 국가 행정기관 시설 설치, 항만 정비, 외국 선박 불법행위 방지 등의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특정 유인 국경 낙도의 주민들에겐 매년 교통비와 생활 보조금 명목으로 50억 엔(503억원)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유지 추진 교부금’도 신설했다.

이런 조치는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사태의 재현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만약 센카쿠에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다면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일본인 200여 명이 살고 있던 센카쿠 열도가 무인도로 변하자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외딴 섬 인구는 1955년 130만명에서 2010년 63만60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무인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민당의 타니가와 야이치(谷川彌一) 의원은 “섬을 무인도로 방치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좋지 않다”며 “정책이 시행되면 일본의 EEZ가 넓어지고 영해도 6배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은 대만ㆍ중국과 영토 분쟁 여지가 있는 오키나와(沖繩)현 요나구니(與那國) 섬에 지난해 레이더 4기와 병력 160명 규모의 부대를 배치했다. 현재 이곳엔 일본인 1715명이 살고 있다. 또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 산호초에는 콘크리트를 부어 일본 EEZ의 기점이라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수년간 외딴섬에 거주 중인 자국민이 더이상 빠져나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이와 함께 이름 없는 무인도 수백 곳에 정식 명칭을 붙여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딴섬에서의 생계 유지 방법이 낚시와 농업 뿐이어서 인구 증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낙도 관련 기관인 일본 이도(離島) 센터의 코지마 아이노스케(小島愛之助) 전무이사는 “외딴섬 관광 자원을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고 주민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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