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봉준호 '옥자' 만든 넷플릭스와 전쟁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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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이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의 전쟁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넷플릭스의 '실시간 콘텐트 공급'에 맞서 극장 개봉 후 영화를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기까지 기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는 극장에서 개봉 후 90일이 지나야 온라인에 서비스할 수 있지만 제작사들은 이 기간을 45일 이내로 줄이려 하고 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극장 수익 감소라는 출혈을 감수하고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넷플릭스의 콘텐트 시장 장악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 제작까지 콘텐트 산업 장악할 조짐에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 예의주시

DVD 유통·배달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후 자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제작으로 분야를 넓혀왔다. 유명 감독과 배우, 내로라하는 기술 스태프들까지 흡수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올 상반기에 공개될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577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전액 투자받기도 했다. '옥자'는 6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지만 한국의 경우 극장 개봉(6월 중, 국내 배급사 뉴)도 병행된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영화 '옥자'의 한 장면.

기싸움에 밀린 파라마운트ㆍ폭스 등 대형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절치부심 중이다. WSJ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극장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문형 엔터테인먼트’가 확산되고 소비자의 콘텐트 소비 습관이 바뀌고 있어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소비자들이 TV는 물론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관행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생각”이라며 “한 제작자는 ‘만약 대형 스튜디오들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장악할 것’이라 우려했다”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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