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범, 사우디서 영어교사 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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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런던 테러범 칼리드 마수드(52)가 과거 교도소 복역 직후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폭행죄 복역 뒤 이슬람 개종 #지하디스트 영향 받았을 가능성

25일(현지시간) 영국 경찰에 따르면 2003년 폭행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마수드는 2005년과 2008년에 취업 비자로 각각 1년씩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며 영어 교사를 한 적이 있다. 2015년 3월에는 성지순례 비자를 받아 사우디를 방문했다.

이에 따라 마수드가 복역 시절 함께 했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영향을 받아 사우디를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마수드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지만 범행 동기 파악에는 애를 먹고 있다.

마수드는 테러 전날 런던 남쪽 해안 도시인 브라이턴의 한 호텔에 혼자 투숙했다. 다음날 오전 8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몇 시간만에 테러를 저질렀다. 경찰은 마수드가 테러 몇 분 전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령을 받았거나 테러에 도움을 준 이들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마수드는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 직후에는 어머니인 자넷 엘름스 혼자 그를 돌봤다. 어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따 ‘아드리안 러셀 엘름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마수드의 어머니가 이후 필립 아자오와 결혼하면서 마수드의 이름도 아드리안 러셀 아자오로 바뀐다. 이후 가족은 영국 남부 켄트로 이사했다. 마수드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슈튜어트 나잇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상냥했고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며 “축구 등 스포츠를 잘했고, 그의 어머니는 기독교인이었다”고 말했다. 마수드의 가족이 이후 살았던 지역의 이웃들은 “일반 가정과 다를 게 없었다”고 기억했다.

마수드의 학창 시절 한 친구는 더 선지에 “그가 출소 후 감옥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말했는데, 더 조용해지고 심각해졌던 것 같다”며 “몇 달 동안 일용직 노동자로 일할 기회를 그에게 줬는데, 기도를 하고 코란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무렵 이름을 마수드로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마수드의 친구는 “함께 살던 여성과 헤어진 후 마수드가 더욱 종교에 심취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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