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민주당 폭풍전야, 안철수는 호남서 첫 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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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05면

‘호남 목장의 결투’ 승자는 누구

25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희정·최성·이재명·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5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희정·최성·이재명·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박주선·안철수·손학규 후보(왼쪽부터)가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경선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박주선·안철수·손학규 후보(왼쪽부터)가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경선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주 대선주자들 캠프가 몰려 있는 서여의도 국회 앞은 평소보다 오히려 한산했다. 정당별로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캠프 구성원들이 일제히 현장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는 이른바 ‘호남 목장의 결투’를 앞두고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두 당 모두 야권의 텃밭인 호남이 첫 경선지로 정해지면서 “첫 판에서 밀리면 그걸로 끝장”이란 배수진 속에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한 외나무다리 진검승부에 나섰다. 더욱이 경선이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완전 개방형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25~27일 결전에 캠프 총동원령 #문재인은 조직력, 안희정 이변 기대 #고정표 확보한 이재명은 2위 노려 #안철수, 광주 승리로 본선행 눈앞

민주당은 25~26일 호남 지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ARS 투표를 실시하는 데 이어 27일 현장 투표 후 곧바로 득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재명·최성·문재인·안희정(기호순) 후보도 이번 주 호남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국민의당은 25일 먼저 경선 스타트를 끊었다. 광주·전남·제주 경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6일엔 전북 경선도 예정돼 있다. 25~27일 사흘간 두 당의 ‘호남 대첩’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대선 구도가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안희정 선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

민주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 분위기다. 지난 22일 투표소 투표와 24일 호남 지역 TV토론에 이어 25일엔 ARS 투표에 돌입했다. ARS 투표 대상자는 134만여 명으로 현장 투표 인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각 캠프가 서울엔 전략과 일정 등을 담당하는 최소 인력만 남겨두고 가용 인력은 모두 호남에 투입하는 ‘하방’ 전략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25일 국민의당 경선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투표자가 몰리면서 긴장도는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판세는 일단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민주당 경선 지지도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51.1%를 얻어 과반 득표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비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 실제 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문 후보 득표율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며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란 신중론도 적잖다. 호남 민심이 늘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쪽으로 표가 몰릴지 예측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위 그룹이 노리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2002년 광주의 노풍처럼 27일 호남 경선도 이변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안 후보는 지난 24일 TV토론에서 “현재 대세론은 안방 대세론이자 불안한 대세론”이라며 “제가 확실한 정권교체의 승리 카드가 되겠다”고 주장했다.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안희정’이란 슬로건을 내걸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호남에서 30%대 지지를 받아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막겠다”며 “제가 2위로 나설 경우 선거판이 ‘문재인 대 이재명’이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후보도 호남에서의 의미 있는 득표율을 완주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수성(守城)하는 입장인 문 후보 측은 그동안 탄탄하게 다져온 조직표를 막판 재점검하며 “호남에서 결판을 내겠다”는 각오다. 변수는 최근의 잇따른 구설과 논란이 표심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 것이냐다. 이미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에 오거돈 문재인 캠프 부산선대위원장의 ‘부산 대통령’ 발언 파문이 겹치면서 호남 민심이 한 차례 요동친 상태다. 지난 22일 투표소 투표 결과가 유출되면서 경쟁 후보들이 집중 공세를 퍼부은 것도 문 후보에겐 악재로 꼽힌다.

현장의 최대 관심사는 ‘안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안 후보가 호남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근소한 차로 문 후보를 추격할 경우 판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문 후보에게 표가 쏠릴 경우 나름의 고정표를 확보한 이 후보가 안 후보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문 후보의 과반 득표 여부와 맞물려 ‘누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냐’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예상 밖 흥행 대박에 고무

국민의당 경선에선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서 첫 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에서 안 후보는 3만7735표(60.7%)를 얻어 1만4246표(22.9%)를 획득한 손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쳤다. 박 후보는 1만195표(16.4%)로 3위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의 주된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 맞대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26일 전북 경선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부산(28일)·대구(30일) 등 영남권 경선에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복안이다.

당초 당 주변에서는 손 후보와 박 후보가 그동안 호남 조직표 확보에 올인해 온 만큼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사전 선거인단 등록 절차 없이 누구나 당일에 현장 투표소를 찾으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경선 방식이 채택되면서 어느 후보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안갯속 경선’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날 투표함 뚜껑이 열리면서 적어도 국민의당 내에서는 ‘안철수 대세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당도 이날 경선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과연 몇 명이나 투표장을 찾을지 모르겠다”며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예상치 2만 명을 훨씬 뛰어넘어 6만2441명이나 투표에 참여하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었던 투표 부정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박지원 대표도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4·13 총선 때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호남 민심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입증됐다”며 “남은 경선에서도 투·개표 과정 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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