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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회사로 전환 당분간 어려울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권오현(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총’ 인사말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후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 “부정적 영향 존재” #미래전략실 해체, 추진 주체도 없어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 계속 추진 #10억 이상 후원사업 2건 공시도 #롯데 주총선 신격호 등기이사 퇴임 #KT는 황창규 회장 재선임 의결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언급이 삼성전자가 처한 안팎의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한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총수가 구속되고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서다. 더구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할 주체도 사라졌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순실에게 줄을 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총수 석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 활동은 일절 금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최순실씨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지원) 건은 이사회나 경영위원회 의결 사항은 아니었고 감사위원회 보고 사항도 아니었다”며 “관행적으로 해왔던 후원 활동의 일환으로 (지원)해왔는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정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용처에 대해 (특검과) 해석상의 차이가 있는데 그건 기다려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불법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1시간40분간 진행된 주총에서는 의안으로 오른 재무제표 승인 건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일반보수 300억원과 장기성과보수 90억원 등 총 390억원의 이사보수 한도를 올해부터 일반보수 300억원, 장기성과보수 250억원 등 총 5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재차 언급됐다. 권 부회장은 “약속드린 대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의 2016년 배당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올 1분기부터 분기배당 시행 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는 올해 4월 말까지 설치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서는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후보 추천을 하지 못했다”며 “영입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제기능올림픽에 16억3000만원을 후원한다는 내용과 올해 임직원과 회사의 매칭기금으로 125억9000만원을 조성해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억원 이상 후원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대외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공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이날 롯데쇼핑·건설·케미칼·제과 등 상장 계열사들의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6) 총괄회장은 이날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빈자리는 신동빈(62)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희태(56) 롯데백화점 대표와 윤종민(57)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HR혁신팀장(사장) 등 2명이 채웠다. 롯데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을 만들고 키워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인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지주회사와 CJ제일제당·CJ CGV 등 계열사 주주총회를 열었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현(57)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황창규 회장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2014년 처음 선임된 황 회장은 이로써 2020년까지 3년 더 KT를 이끌게 됐다. 그는 지난해 1조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CEO 추천위원회에 의해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는 KT 새 노동조합이 난입해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을 지적하며 연임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박태희·이현택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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