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파워 셀레브리티’ 1위 박보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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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흥미로운 뉴스를 접했다.

포브스코리아가 배우 박보검을 ‘2017 파워 셀레브리티’ 1위로 선정했다는 뉴스였다.

2015년까지만 해도 낯선 이름이었던 그가 단박에 파워 셀레브리티 1위에 오른 게다.

지난해 그를 두 번 만나 사진을 찍은 적 있었다.

그가 대세라는 조짐을 당시에도 읽을 수 있었다.

첫 촬영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막 끝난 지난해 2월이었다.

취재기자가 그의 인터뷰 일정을 통보하며 ‘라운드 인터뷰’라고 했다.

이는 한 배우를 두고 여러 언론매체가 한꺼번에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는 취재 형태를 이르는 용어다.

한 번에 다섯 매체 안팎, 인터뷰 50분, 사진 촬영 10분 정도가 기본이다.

인터뷰 요청은 쇄도하는데 배우의 몸은 하나이니 고육지책으로 생겨난 방식이었다.

사실 ‘라운드 인터뷰’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대세라는 증거인 셈이었다.

20여 분 일찍 카페로 들어섰다. 미리 사진 찍을 공간을 살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시간에 다른 타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서야 인터뷰 장소인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2층 입구에서 박보검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마치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양새였다.

서둘러 공간을 둘러보려는 참인데, 옷매무새를 만지던 박보검이 말했다.

“어디에 설까요?”

“벌써 옷을 갈아입은 겁니까?”

“네, 준비 다 됐어요”

리듬이 느껴질 정도로 발랄한 그의 대답, 내색 못했지만 뜨끔했다.

통상 ‘라운드 인터뷰’는 타임마다 옷을 갈아입는 게 관행이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면 공간 탐색과 촬영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기자들이 교체되는 짧은 시간에 옷을 갈아입고 촬영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공간을 둘러보는 것은 고사하고 카메라 세팅도 안 된 상태였으니 뜨끔했던 게다.

미리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는 특유의 ‘예의 바름’이 오히려 야속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간을 둘러볼 짬도 없이 카메라를 환경에 맞게 조정하려는 순간,

옆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졌다.

4명이 동시에 누른 셔터 소리에 놀라 덩달아 셔터를 눌렀다.

군 훈련소에서 처음 사격하던 날의 느낌이었다.

옆 사로의 동료가 쏜 총소리에 놀라서 엉겁결에 눌렀던 방아쇠, 딱 그 느낌이었다.

처음엔 그도 어색해했다.

다섯 대의 카메라 셔터가 연속으로 자신을 향해 터지는 상황이니 편치 않았을 터다.

그 어색함, 오래가지 않았다.

하나하나의 카메라에 눈길을 주고,

그만의 표정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데 뒤에서 칼날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시간 다 됐어요.”

그 10분, 여태 겪어보지 못한 짧은 10분이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0월이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막 종영된 시점이었다.

취재기자가 인터뷰 일정을 통보하며 어김없이 ‘라운드 인터뷰’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함께 촬영할 매체가 10여 개 정도라고 했다.

그만큼 인터뷰 요청이 폭주한다는 의미였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 입구엔 놀랍게도 수많은 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페 내부엔 기자들이 빼곡했다.

복잡한 카페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어수선한 바깥에서도 촬영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10여 명의 사진기자, 그 뒤로 수많은 팬들의 휴대전화 카메라,

거의 사진 촬영 대회 수준이었다.

사진을 찍는 기자나 사진을 찍혀야 하는 배우, 모두에게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 10분, 역시나 짧디 짧은 10분이었다.

하지만 그 10분에 보여준 그의 표정과 몸짓은 대세 배우로서의 증명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있을 또 다른 10분에 대한 기대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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