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자동차 산업, 모빌리티 변화 꿰뚫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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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형환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형환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980년대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수퍼무인카 ‘키트’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올해 CES의 안방도 ‘바퀴 달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가 꿰찼다. 누가 자동차 회사고 누가 IT 회사인지 경계도 없다. 인공지능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전반에 파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전기·자율차가 단연 총아로 주목받는다. 세 가지 트렌드에 주목한다. 첫째, 이제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로 달린다. 부가가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아가면서 기업 간 합종연횡이 연일 화제다. 현대차는 시스코와 손잡고 삼성전자는 전장기업 하만을, 인텔은 자율주행 센서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둘째, 구조의 혁신이다. 3만 개 부품이 2만 개로 줄면서 미학적 터치를 기다리는 공간이 늘었다. 성능도 중요하나 디자인이 승부처다. 크루거 BMW 회장의 말처럼 필요한 시간만 빌려 타는 공유경제가 보편화하면 고급사양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셋째, 제조보다는 서비스가 대세다. 자동차 만드는 것보다 차량관리시스템, 카쉐어링 등 파생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앞으로 서비스 팔려고 자동차는 무료로 나눠줄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 트렌드가 변하면 정책도 변한다. 이제 자동차 정책도 환경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선, 전기차 생태계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인센티브, 충전인프라, 주행거리 등 3대 걸림돌 해소가 관건이다. 인센티브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구매 시 최대 26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460만원의 세금 감면이 지원된다. 운행과정에서도 공용주차장 50% 할인, 충전 기본요금 면제에 이어 곧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전용번호판 도입도 시행된다. 충전기 설치, 배터리 개발도 잰걸음이다. 올해까지 누적 2만기 이상의 충전기가 고속도로, 아파트, 대형마트에 설치되고 최소 2배 이상의 주행거리 확대를 위한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전기차 보급이 2배 이상 늘었는데 금년에는 신차시장의 1%를 넘어설 것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차원이 다른 접근을 요한다. 우선, 도로교통법 등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개인정보 활용 제한 등 제도적 제약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규제가 스마트해져야 시장이 열린다. 기술적 제약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AI 원천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핵심센서 기술 국산화와 AI를 구동하는 시스템반도체, 이차전지 등 경쟁력을 가진 분야의 차세대 기술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정밀지도·5G통신망·보험체계 등 인프라 구축도 남은 숙제다. 완성차업계·부품업계·ICT기업·충전사업자·전력회사·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도 많고 다양하다. 제도·기술·인프라 할 것 없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면 문제점도 해결책도 빨리 찾을 수 있다. 작년에 자율주행차 융합얼라이언스가 출범한 이유다. 국내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나 외국기업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3월 초 미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전기·자율차 등 첨단분야에서 양국 기업간 제휴, 제3국 공동진출을 확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전기차 생태계의 모범사례로 지목한 제주에서 국제전기차 엑스포가 한창이다. 깨끗하고 편리하면서 똑똑하기까지 한 전기·자율차를 타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힘차게 달려가 보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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