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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AI·구제역, 미생물 활용한 방어 시스템 구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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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학교전북대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장

이학교전북대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장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의 반복으로 수많은 동물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이는 국가적 재난이라 할 수 있다. 동물 생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참으로 슬프고 마음이 무겁다.

한국은 인구 밀도 대비 국토 면적이 협소하고, 가축의 과도한 생산성을 추구하며, 빠른 속도의 온난화와 철새의 이동 경로 위치 등으로 구제역과 AI 질병 전파의 위협이 매우 높은 특성을 갖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 마련이 절박한 이유다.

질병이 창궐하면 그때야 백신을 부랴부랴 처방하고 다양한 요인이 산재한 축산 현장에서 화학적 소독약을 무차별로 살포한다. 이래서야 체내 유익한 미생물 환경을 파괴하고, 생체 방어를 가능케 하는 농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결과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해서 질병 원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현상이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만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축산환경의 특성상 동물사육 면적을 넓히고 축산 시스템을 근대적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축산 선진국의 환경과 다른 점이 많아 무조건 외국의 축산, 질병 예방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백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한 상호 보완적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학계의 일반적 의견이다.

이에 따라 가축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 방법으로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한 생체 방어막을 형성하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는 현재의 사육 시스템에서 가축의 생체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다. 유산균 등 유익 미생물을 가축이 섭취하는 음수와, 사료와 농장 소독과 분료 처리 등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면 사육 공간 내에서 유해한 미생물이 증식되는 것을 억제하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례와 함께 지금의 백신과 소독제의 한계를 상호 보완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가축 생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다양한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현재의 가축 사육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유용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어막 구축’은 매우 유익하고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질병의 초기 발병기에 백신과 함께 공조할 경우 초기 확산 속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러한 복합적인 처방을 각 축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으로 검증된 결과에 근거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장 축산 관계자들과의 마음을 연 소통과 협업이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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