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심 누르듯 한 칸씩 조심조심 이동, 34m 끌어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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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본인양 시작

22일 밤 진도군 병풍도 북방 4.98km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본인양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22일 밤 진도군 병풍도 북방 4.98km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본인양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22일 오후 8시50분 전남 진도군 앞바다 세월호 사고 지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척의 재킹바지선에 있는 유압식 잭이, 샤프심이 한 칸씩 이동하듯 66개의 와이어를 서서히 당기자 바닷속에서 세월호를 받치는 리프팅 빔 33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퇴적물 포함하면 무게 1만t 넘고 #선미 부분에 무게 중심 쏠려있어 #기울어진 선체 수평 유지 어려워 #시험인양땐 5시간30분간 1m 올려 #목포신항까지 이동 13일 걸릴 듯

바지선에서 작업하던 해양수산부와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들은 곧 숨죽이며 와이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았다. ‘탠덤 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 인양이 처음이라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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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를 당기는 작업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13m 정도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세월호는 현재 수심 44m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리프팅빔을 포함한 세월호 높이가 23m이기 때문에 수면 위 13m까지 인양하려면 총 34m를 끌어올려야 한다. 해수부는 기상 등에 문제가 없어 밤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3일 오전 11시쯤 인양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의 시험인양과 본인양은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21일 밤까지도 시험인양을 할 것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호주 기상예보업체 OWS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국내외 기상 예보기관이 오전 6시에 “사고 해역 주변은 22∼24일에 ‘파고 1m, 풍속 10.8㎧ 이내’로 예상된다”는 예보를 내놓았지만 고민은 계속됐다. 이후 회의를 거쳐 시험인양 시작 시각을 오전 10시로 정했다. 선체 인양은 파고 1m, 풍속이 초속 10m 이하 수준으로 최대 3일간 유지돼야 작업이 가능하다.

22일 밤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4.98km 세월호 침몰 사고현장에서 선체 본인양이 이뤄지고 있다[사진 해양수산부]

22일 밤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4.98km 세월호 침몰 사고현장에서 선체 본인양이 이뤄지고 있다[사진 해양수산부]

인양은 고난도 작업이다. 장기욱 해수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과장은 “세월호의 중량은 퇴적물을 포함해 1만t이 넘는다”며 “이 정도 규모의 선박을 해체 없이 탠덤 리프팅 방식으로 통째 인양하는 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를 바다 밑에서 1m 끌어 올리는 시험인양에만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장은 “22일 오전 10시 시험인양에 착수한 후 선체와 연결된 와이어를 천천히 당겨 장력을 점검·조정하는 작업을 벌였다”며 “낮 12시20분쯤 작업을 완료하고 12시30분부터 세월호 선체를 해저 면에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오후 3시30분쯤 세월호 선체를 바닥에서 약 1m 끌어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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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양도 바로 할 수 없었다. 세월호 선체가 수평을 유지하지 않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선체 무게중심도 찾아야 했다. 세월호는 바닷물 속에서 좌현으로 기울어 있어 무게중심이 선미 부분에 쏠려 있다. 자칫 인양 도중 균형을 잃으면 실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와이어에 걸리는 하중을 측정하며 조정 작업을 미세하게 진행해 세월호의 균형을 잡았다.

세월호를 안전하게 수면 위로 올린다면 전체 인양의 7부 능선은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선체는 재킹바지선에 고정된 뒤 근처 1.7㎞ 옆에 있던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한다. 이후 반잠수식 선박의 몸통이 세월호 밑으로 가 선체를 받친다. 다음엔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한 뒤 세월호에 있는 물과 기름을 빼낸다. 이후 87㎞ 떨어진 목포신항까지 이동해 철재부두에 세월호 선체를 내려놓으면 인양은 마무리된다. 세월호를 철재부두에 놓는 데까지 13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돌발변수가 생길 경우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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