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 전 대통령 소환일 맞춰 南 탄핵 아전인수 해석 장문 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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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는 평양에서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북한은 21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지방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기 약 2시간 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박근혜의 비참한 종말은 만고죄악에 대한 민족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상보(詳報)’, 즉 특정 사안에 대해 상세하게 쓴 해설 보도라는 형식을 취했다. 글자수가 9000여자에 달하는 장문 기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오전 9시 2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전직 대통령으로서는 4번째 검찰 출석이다.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청사안으로 들어갔다.20170321.조문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오전 9시 2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전직 대통령으로서는 4번째 검찰 출석이다.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청사안으로 들어갔다.20170321.조문규 기자

북한은 이 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파문이 불거진 이후 촛불집회 진행 등의 경과를 상세히 기술했다. 촛불집회를 두고 북한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민 항쟁”이라고 표현했다. 최고 지도자의 탄핵을 국민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끌어낸 촛불집회에 대해 북한은 “독재의 원흉 (중략) 박근혜 역도(배신자)에 대한 남조선 인민들의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3대 세습 독재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이 촛불집회와 탄핵 사태를 두고 “독재”라는 표현을 스스로 쓴 것이다.
북한은 이어 “이번처럼 수백만 대중이 (중략) 반동 통치의 괴수를 탄핵시키고 친미 보수세력의 명줄을 끊어놓은 사변은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반미” “반보수”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북한은 촛불집회에 대해 상세히 보도를 해오면서도 서울의 고층 건물 등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 한국의 발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날 보도에 대해 말을 아꼈다. 평가를 할만한 특별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의 정치상황을 마음대로 해석을 하려고 하지만 결국 인민들에게 ‘최고 지도자도 민중 봉기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스며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9000자 달하는 기사에서 촛불집회 두고 "반미 봉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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