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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대장 김주성, 공격도 어느새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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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주성.

김주성.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포워드 김주성(38).

역대 세 번째 1만점 돌파 - 14점 #묵묵히 골 밑서 팀 지킨 ‘동부산성’ #중거리슛 훈련 위해 손가락 푸시업 #“허리·무릎 등 몸 성할 날이 없지만 #몸 불편한 부모님 생각, 이 악물어 #추승균 기록 깨고 내년 40세 은퇴”

그는 10년이 넘도록 ‘동부산성’을 지키고 있는 굽은 소나무다. 그동안 많은 기록도 세웠다. 프로에서 15시즌째 뛰고 있는 그는 2015년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1000블록슛을 돌파했다. 리바운드 부문에선 서장훈(5235개)에 이어 역대 2위(4313개)를 달리고 있다. 김주성은 이제 또 하나의 기록을 넘보고 있다. 서장훈(1만3231점)과 추승균(1만19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득점 1만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통산 9986점을 기록 중인 김주성은 1만점까지 이제 딱 14점 만을 남겨뒀다.

최근 강원도 원주의 동부체육관에서 김주성을 만나 1만점 고지를 눈앞에 둔 심경을 들어봤다. 김주성은 “프로생활 16년 동안 기록지를 거의 보지 않았다. 잘했으면 정신적으로 흐트러질까봐, 못했으면 실망할까봐 그랬다”며 “난 공격적인 선수가 아니여서 주로 리바운드와 수비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보니 1만점 돌파는 생각지도 못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동부는 전신 TG삼보 시절을 포함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세차례 우승(2003년, 2005년, 2008년)했다. 올 시즌엔 5위로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노리고 있다.

키 2m5cm의 포워드 김주성은 “2002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각 팀 감독님들 사이에 ‘김주성은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다’ ‘ 그렇지 않다’로 의견이 엇갈렸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며 “요즘엔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장훈 형의 통산 득점 1위 기록은 깨기 어렵겠지만, 추승균 KCC 감독님의 1만19점은 넘고 싶다”고 말했다.

골밑에서 외국인 선수와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김주성은 올 시즌엔 중장거리슛을 곧잘 성공시켰다. 중거리슛을 잘 쏘기 위해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근력을 키웠다. 동시에 부상과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1979년생인 김주성은 “지난 시즌 왼쪽 무릎인대가 끊어져 이제 몇가닥 남지 않았다. 오른 발가락 인대는 0.7㎜ 정도 늘어났다. 당시엔 자려고 누우면 ‘이대로 은퇴하는거 아닌가’란 생각에 겁이 났다”며 “허리와 무릎이 성할 날이 없지만 경기를 앞두면 괜찮아진다 ”고 말했다.

고교 1학년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한 김주성은 그동안 가족을 생각하며 코트를 누볐다. 잘 알려진 대로 그의 어머니는 소아마비 후유증을 앓고 있고,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다. 김주성은 “중학교 때 부산 해운대 단칸방에서 가족들 사이에 끼인 채 잤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농구 이외에 한눈을 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이 성치 않은 부모님이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젠 내가 어려운 이를 도울 차례”라며 “매달 받는 국가대표 연금(30만원)을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해마다 한두번씩 연탄배달 기부도 빼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티팬이 거의 없었던 김주성이지만 최근엔 그의 기사에 악플이 종종 달린다. 외국인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다 자주 넘어지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 때문이다. 김주성은 “주장으로서 팀을 대표해 항의하다보니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면서 “가능하다면 한 시즌 정도 더 뛰고 은퇴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 동안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17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주성은 한국 남자농구 선수 중 유일하게 2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2002년·2014년)을 목에 걸었다. 김주성은 “대표팀 경기까지 포함해 1년에 70경기 이상을 뛴 적도 있다. 혹사 논란도 있었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면 무척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2년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결승전도 기억에 남는다. 홈코트에서 ‘지면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악으로, 깡으로 뛰었다”며 “난 한국농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가 전혀 아니다. 이충희·허재 등 훌륭한 대선배님들 이야기가 나올때 끝자락에 내 이름만이라도 나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 일을 도맡았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2위 고양 오리온(35승17패)은 19일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 71-62로 승리,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최소 2위를 확보해 4강 PO에 진출했다. 반면 8위 SK(22승30패)는 남은 2경기를 전부 승리하고 6위 인천 전자랜드(24승28패)가 모두 패하더라도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전자랜드에 밀려 PO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원주=박린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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