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결승전? ‘호남 목장의 결투’가 승부 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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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호 04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카운트다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인 이재명·최성·문재인·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7일 대선후보 TV토론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인 이재명·최성·문재인·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7일 대선후보 TV토론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되면서 정치권의 대선 시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문재인(37.1%)·안희정(16.8%)·이재명(10.3%) 후보가 1, 2, 4위에 올랐다.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64.2%에 달한다.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은 민주당 후보를 고른 셈이다. ‘사실상 결승전’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2일 투표 돌입, 4차례 순회 유세 #첫 경선지 호남 승자가 절대 유리 #결선 땐 문재인 승리 장담 못해 #안희정·이재명 막판 뒤집기 승부수

민주당 경선은 사흘 뒤인 22일 전국 250곳에 마련된 투표소 투표로 막이 오른다. 25일 호남을 시작으로 ARS 투표도 실시된다. 투표함의 뚜껑은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열린다. 첫 경선지인 호남에 이어 충청(29일)·영남(31일)·수도권(다음달 3일) 등 네 차례 순회 유세 후 투표소·ARS·현장 투표 합산 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결선투표를 벌인 뒤 다음달 8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후보들도 막판 표심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문 후보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서 결선투표 없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안 후보는 통합이란 시대정신을, 이 후보는 선명 진보 노선을, 최성 후보는 도전자의 패기를 각각 앞세우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제2의 노풍, 누구 손 들어줄까

제1의 변수는 무엇보다 호남 민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야권의 텃밭이자 민주당의 주된 지지 기반인 호남이 손을 들어주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야권 대선후보는 모두 호남의 선택을 디딤돌 삼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첫 번째 경선 지역도 호남권으로 잡혔다. 첫판부터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셈이다. 당 주변에서는 다음달 3일까지 갈 것도 없이 27일 ‘호남 목장의 결투’에서 사실상 이번 경선의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지도 1위로 앞서가는 문 후보가 호남 민심마저 얻게 될 경우 대세론이 ‘실체화’되면서 경선판이 초반부터 한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공통된 관측이다. 반면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었을 때 안 후보가 1위를 차지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두 번째 경선지이자 안 후보의 홈그라운드인 충청에서 충분히 대세몰이 또는 역전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모든 후보가 바라는 것은 ‘제2의 노풍’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광주의 이변을 변곡점으로 이인제·이회창 대세론을 차례로 무너뜨렸듯이 또다시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선 레이스를 주도하겠다는 심산이다. 문 후보가 지난 10일 탄핵 인용 직후 1박2일간 진도 팽목항과 광주를 찾은 것도 호남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호남 민심은 후보들의 부침에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이는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자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모은 이 후보를 띄우더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엔 안 후보에 표심을 몰아줬다. 하지만 안 후보의 대연정 발언 논란이 계속되자 곧바로 지지를 철회하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도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늘 그랬듯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다 이심전심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

문 후보로서는 이 기회에 호남 콤플렉스를 벗겠다는 각오다. 호남 출신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수는 그 과정에서 호남 대표성이 없거나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잇따라 중용되는 데 대해 현지의 반감이 크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들도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안 후보 측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은 끝났다. 앞으로는 그대안(그래도 대통령은 안희정)”이라며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호소하고 나섰다.

박근혜 ‘항전’ 모드도 경선에 영향

결선투표가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문 후보가 앞서더라도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 2위와 결선을 치러야 한다. 문 후보 측근은 “60% 이상 무난히 득표할 것이며 20% 득표를 놓고 2위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안 후보와 이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가면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 3위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누구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2위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도 치열하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제로섬 게임에서 밀릴 경우 좌클릭 행보를 통해 고정표를 확보해 놓은 이 후보가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에겐 경선에서 패하더라도 여의도 정치권 진입 등 차차기 주자로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이 후보에겐 광역단체장 출마에 대비한 발판 마련을 위해 2위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물론 문 후보에게 2위는 정계 은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변수’는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전’ 모드에 들어간 게 민주당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격자 입장에선 탄핵 정국이 종료되고 후보 간 경쟁으로 국면이 전환돼야 승산이 커지는데 박근혜 변수가 계속 살아 숨쉬면서 문 후보만 유리해지고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실제로 지난 12일 “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박 전 대통령 발언 직후 여의도 캠프에선 환호와 장탄식이 교차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핵심 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도 경선 그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경선에 미칠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프 내부 단속도 발등의 불이다. 선거인단 163만 명의 투표가 임박한 가운데 내부 갈등이나 구설이 입방아에 오를 경우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캠프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서거 발언 논란으로 손혜원 의원이 중도 하차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이후 특보와 자문위원 이력을 전면 재점검하는 등 ‘제2의 손혜원 사태’를 막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안희정 캠프에서도 새로 영입된 현역의원들이 잇따라 ‘튀는’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그동안 후보가 취해온 스탠스와 맞지 않는다”며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참모는 “지금은 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안 후보의 승리를 위해 올인해야 할 때”라며 “조만간 후보 중심으로 전략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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