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문재인' 단일화 가능할까…"어렵다" vs "DJP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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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목을 맸다. 협상은 선거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11월 23일까지 이어졌다.

문재인ㆍ안철수 전 대표는 2012년 11월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룰 협상을 놓고 난항을 거듭한 끝에 안 전 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문재인ㆍ안철수 전 대표는 2012년 11월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룰 협상을 놓고 난항을 거듭한 끝에 안 전 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같은 일이 5월 9일 대선에서 반복될 조짐이다. 이번에는 진보 진영이 아니라 중도·보수에서다.

'반문' 단일화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7명 중 5명은 "명분도 가능성도 없다"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과연 대선을 53일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가 가능할까.

'양자 대결 구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양자 대결 구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지방선거 변수=내년 6월 지방선거는 단일화의 주요 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분열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반문’을 명분으로 창당한 국민의당도 지방선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1대1 구도는 비문에게는 매혹적이지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만약 자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면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에 지분이 있는 국민의당이나 영남 지분을 주장하는 한국당·바른정당은 본선에서 지더라도 지방선거를 대비해 후보를 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층엔 ‘문재인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실하게 있다”며 “다당제가 불가피한 상태에서 반문연대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지방선거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변수=단일화에 한국당을 포함시키느냐도 관건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6일 “대법원 판결이 남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왜 출마하는지 모르겠다”며 “친박의 지지를 받는 한국당 후보라면 단일화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2월 26일 '태극기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조원진, 정종섭, 추경호, 김광림, 이만희, 이철우 등 대구ㆍ경북 현역 국회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2월 26일 '태극기 집회'.박근혜 전대통령의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조원진, 정종섭, 추경호, 김광림, 이만희, 이철우 등 대구ㆍ경북 현역 국회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당 후보의 경쟁력이 적을 수록 양자 대결 가능성이 커진다”며 “누가 한국당 후보가 되든 15% 지지도가 독자 세력화의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낮췄다”며 “역설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세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현 알앤리서치 대표는 “일부 조사에서 바른정당이 대구·경북에서 한국당을 이기는 경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으려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일정의 변수=전문가들은 개헌안과 민주당·한국당의 경선 결과를 마지막 변수로 들었다.

지난 15일 민주당을 제외한 3당은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을 빼고도 발의선인 150석 확보가 가능하다. 일단 개헌안이 발의되면 개헌을 고리로 한 단일화의 장이 열릴 수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단일화의 장애 요인은 많지만 시간이 짧다는 것 자체는 큰 변수가 아니다”며 “핵심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결합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달 3일 민주당의 후보가 누가 되느냐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경우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며 “이때부터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왼쪽)가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만났다. [공동취재단]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왼쪽)가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바른정당유승민 의원을 만났다. [공동취재단]

한국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울지도 중요하다. 비박 후보를 앞세울 경우 단일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모 교수는 “현 시점에서 한국당이 국정 농단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을 수 있다”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유신의 잔당’인 김종필 전 총리와 결합하지 않았나. 정치는 생물이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박유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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