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SK그룹 김창근 등 전·현 임원 3명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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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2기 특수본’의 대기업 수사 첫 타깃이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6일 김창근(67)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62)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55)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 #최태원 특별사면 대가 여부 조사 #SK “전경련 분담 비율 맞춰 낸 것”

김 전 의장이 특수본에 소환된 것은 124일 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전에 활동한 ‘1기 특수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직권남용, 강요 행위의 피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그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팀 수사기록 검토를 거치면서 뇌물공여 가능성을 열어 놨다”며 “김 전 의장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김 전 의장 등을 상대로 이 돈이 2015년 8월 13일 발표된 최태원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의 대가인지 물었다.

최 회장에게 두 재단에 대한 지원을 보고했는지도 조사했다. 검찰은 대가 관계를 최 회장도 인식하고 있었다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015년 8월 10일 김영태 전 부회장과 최 회장의 접견 녹취록, 같은 달 13일 김 전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대가성을 입증할 단서라고 판단하고 있다. 접견 녹취록에는 “견디기 힘들긴 뭐. 며칠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말하는 최 회장에게 김 부회장이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귀국’은 사면을 의미한다는 게 수사팀 해석이다. 김 전 의장은 ‘하늘 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라는 문자메시지를 안 전 수석에게 보내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김 전 의장이 먼저 제안을 해 (사면을 정당화할 만한 자료를) 준비했던 것 같다. 최 회장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드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SK의 면세점사업권 취득도 부정한 청탁의 결과인지 확인하고 있다. SK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금을 내는 대가로 청와대 측에 면세점 사업권을 받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SK는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에서 면세점 사업권 재심사와 관련된 청탁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2015년 7월 독대에서 김 전 의장은 총수 부재로 인한 2년7개월간의 경영 공백을 하소연하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감사 메시지도 사면 명단이 공식 발표된 이후 전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은 전경련 분담 비율에 맞춰낸 준조세 성격의 자금이고 추가로 요청받은 80억원은 거절했다. 면세점 사업권 획득이 청탁 결과라면 재단 측의 추가 출연 요청을 어떻게 거절했겠느냐”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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