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SNS상 가짜뉴스ㆍ증오표현 방치하면 최대 600억 벌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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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가짜뉴스나 증오표현을 방치하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기업에 최대 600억원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가짜뉴스 확산지로 꼽히는 SNS 기업을 상대로 한 전 세계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제재다.

2015년 9월 독일 난민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셀카를 찍은 아나스 모다마니(왼쪽 사진). 이를 모방해 모다마니가 폭탄조끼를 두르고 복면을 쓴 것처럼 조작된 사진이 ‘가짜 뉴스’로 유통됐다. [AP=뉴시스]

2015년 9월 독일 난민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셀카를 찍은 아나스 모다마니(왼쪽 사진). 이를 모방해 모다마니가 폭탄조끼를 두르고 복면을 쓴 것처럼 조작된 사진이 ‘가짜 뉴스’로 유통됐다. [AP=뉴시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SNS 기업들이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글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0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마스 장관은 이어 청소년 보호 시민단체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유튜브는 불만이 접수된 게시물의 90%를 삭제했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 비율이 각각 1%와 39%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은 사용자의 불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발효될 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주 단속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법률 초안에 따르면 SNS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고 바로 접근할 수 있으며 항상 이용 가능한’ 불법 게시물 신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모든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야 한다”와 같은 위법성이 분명한 게시물은 24시간 내 삭제 또는 차단해야 한다. 다만 위법 여부가 모호한 경우엔 삭제 또는 차단 유예 기간이 일주일까지 허용된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불만 관리 부서에 배치된 인원과 불만이 접수된 건수, 처리 과정 등을 분기별로 보고서로 작성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불만 관리 부서에 배치된 개인도 업무 수행에 따라 최대 500만 유로(6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오는 9월 총선에서 가짜뉴스와 증오표현이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독일에선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중동ㆍ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국경 개방을 허용하면서, 이를 비난하는 가짜뉴스와 증오표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엔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세력의 주장들이 가짜뉴스에 의해 확산되면서 메르켈 총리는 가짜뉴스 식별을 위한 사실 관계 확인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조치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 싱크탱크인 SNV의 스테판 호이만은 “기업들이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게시물도 삭제할 수 있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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