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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당 통합도 못해” vs “안희정 대연정론은 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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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리더십과 정체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첫 지상파 TV 토론에서다. ‘친노무현계’로 이전 두 차례의 토론에서 대립각을 자제해 왔던 양측은 이날 난타전을 벌였다.

민주당 대선후보 첫 지상파 TV 토론 #대립 자제하던 친노 두 사람 난타전 #안 “김종인·손학규·안철수 다 떠나” #문 “당원 대다수가 대연정 반대한다” #이재명 “청산할 도둑에겐 가혹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명경선선언식’에 참석해 경선 기호를 추첨했다. 추첨 결과 1번 이재명 성남시장, 2번 최성 고양시장, 3번 문재인 전 대표, 4번 안희정 충남지사(왼쪽부터)로 확정됐다. 각 후보는 이날 오후 지상파 TV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명경선선언식’에 참석해 경선 기호를 추첨했다. 추첨 결과 1번 이재명 성남시장, 2번 최성 고양시장, 3번 문재인 전 대표, 4번 안희정 충남지사(왼쪽부터)로 확정됐다. 각 후보는 이날 오후 지상파 TV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문 vs 안의 1라운드 리더십 논쟁=이날 안 지사는 작심한 듯 문 전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꺼냈다. 그는 김종인 전 대표의 최근 탈당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모셔와 우리 당이 지난 총선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왜 직접 찾아가서 만류하거나 설득하지 않느냐”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모셔올 때는 생각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경제민주화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만 따라오라’는 김 전 대표의 방식이 우리 당의 방식과 달랐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정치 입문하신 뒤 당 대표까지 지내는 과정에서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전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을 떠났다”며 “ 문 후보님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분들이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이라며 “당내 통합 문제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통합의 리더십으로 이끌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탈당은) 당내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당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혁신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이 당을 떠나신 것”이라며 “우리 당은 혁신을 해냈고 지난번 총선 승리를 거쳐 정권교체 주체가 될 수 있는 정당으로 성장했다”고 반박했다.

◆문 vs 안의 2라운드, ‘대연정’ 논쟁=문 전 대표는 ‘대연정’을 도마에 올린 뒤 “소연정을 주장한다면 충분히 공감하겠는데,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도저히 수긍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는)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선거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대표를 총선에 모셔오지 않았느냐. 대연정 하겠다는 거에 야박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역공했다.

문 전 대표는 “제가 김 전 대표를 모신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위해 함께했던 것”이라며 “대연정에는 의회 다수파가 되어야겠다는 것 외에는 다른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안 지사는 정당정치를 강조하지만 대연정은 우리 당의 당론이 아니다. 대다수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반대하는데도 정당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자 독단적 주장”이라고도 했다. 안 지사는 “국민 70% 이상이 연정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에 국민의 충분한 동의가 있고 정당정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대연정은 내각을 구성할 때 대통령의 인사권을 의회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vs 문, 기득권 옹호 공방=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 “주변에 그냥 기득권자도 아니라 인정하기 어려운 기득권자가 모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차장에서 청원경찰을 동사시켰다는 논란이 된 전 서초구청장, 부산영화제에 영화 ‘다이빙벨’ 상영 압력을 행사한 전 부산시 부시장” 등 영입인사를 열거했다. 문 전 대표는 “개혁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들 중심으로 해나가자는 것은 좋지만 부패기득권자나 친재벌로 딱지를 붙이는 것은 종북좌파라는 딱지와 다를 바 없다. 중도나 합리적 우파와 보수까지는 확장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vs 이 ‘도둑놈’ 논쟁=안 지사와 이 시장은 연정의 대상을 놓고 입장 차를 드러냈다. 안 지사는 이 시장에게 “여소야대 의회와 높은 수준의 협치를 이루기 위해 폭넓고 따뜻한 지도자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저는 이웃집과는 잘 지내지만 이웃집에 숨어 있는 도둑들에 대해서 가혹하다”고 맞받았다. 이 시장은 “제가 청산하자는 것은 같이해서는 안 될 ‘이웃집 이름으로 숨어 있는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도둑도 우리 국민이라면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했다.

글=서승욱·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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