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부님이 해석한 '염병'의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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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첫 월요일인 지난 13일 저녁 광화문 시국미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소아줌마' 임애순씨가 했던 "염병하네" 발언이 다시 언급됐다.

미사를 집전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이재원 율리오 신부의 입에서 욕설이 나온 이유는 이랬다.

시국 미사의 신부는 국정농단 사건과 정부 고위직들의 부정부패를 '부끄러운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도 반대한 이들의 모습에서 진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재원 율리오 신부는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의 입에서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라는 외침에 '염병한다'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에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염병, 그것은 '물들다 염'자에 '질병 병'자다. 부정부패한 이들은 혼자 죄에 물들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 다닌 것이다. 점차 집단화되었고, 이제는 감출 수 없는 구조악이 되어버렸다. 거짓말로 진실을 왜곡한 거대 악에 맞서 우리는 계속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은 인용됐으나 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인정했을 뿐 세월호 참사 당일 생명권보호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율리오 신부는 "도대체 언제쯤 진실을 인양할 수 있을까. 진실을 밝혀야할 과제는 여전히 우리 손에 남아 있다"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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