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패밀리와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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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르네상스.바로크의 고(古)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와 연주방식으로 복원하는 '원전연주(정격연주)'의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앤드류 맨츠가 세계 최정상 실내악단 '잉글리시 콘서트'를 이끌고 오는 2월 11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원전연주란?
= 당시의 악기들과 주법을 이용해 옛 음악을 원형과 가깝게 재현하는 것으로, 일부 음악학자들의 학문적 호기심에서 처음 출발했다. 1980년 이후에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하면서 또 하나의 클래식 음악 내의 독립된 영역으로 완전히 일반화된 것. 음악박물관 진열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악기들이 무대 전면에 재등장해 세월의 먼지 속에 잊혀졌던 수많은 작곡가들과 작품들이 새로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앤드류 맨츠는 누구?
= 앤드류 맨츠는 케임브리지에서 그리스와 라틴 고전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였지만, 런던의 영국왕립음악원과 헤이그의 네덜란드왕립음악원에서 음악수련과정을 거치면서 바로크 음악의 최고봉으로 우뚝 섰다. 그의 스승은 잉글리시 콘서트의 악장으로 영국 원전연주계의 선구자라 불리우는 '사이먼 스탠디지'와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인 '마리 레온하르트'. 훌륭한 스승들의 지도를 통해 그의 재능은 한결 원숙해졌다. 1989년,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악단의 콘서트마스터로 시대악기연주계에 첫 발을 내딛은 앤드류 맨츠는 '비발디의 사계'음반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3년에는 바로크 삼중주단 로마네스크를 결성, 잊혀진 바로크 작곡가들의 실내악 레퍼토리들을 꾸준히 발굴하는데 힘썼는데 '하모니아 문디 프랑스(이하 HMF)'와 계약을 맺어 다수의 음반들을 완성했다. 그중 '비버의 1681년 소나타', '슈멜처의 우나룸 피디움', '우첼리니의 바이올린소나타'는 이 시기의 맨츠를 대표하는 명반들이다. 이어 맨츠는 1996년에는 '고음악 아카데미(이하 AAM)'의 협력음악감독 겸 악장으로 취임하면서 영국 고음악계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지금도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바흐의 바이올린협주곡', '비발디의 폴란드 왕을 위한 협주곡', '헨델의 합주협주곡',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AAM의 제2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이어 2003년에 AAM과 더불어 80년대 영국 원전연주계의 자웅을 겨루었던 '잉글리시 콘서트'의 제2대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잉글리시 콘서트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세계 최고수준의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로 군림해오고 있는 또 하나의 영국 음악계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다. 이들의 HMF에서의 첫 음반은 모차르트의 유명한 '소야곡'. 맨츠의 관심사가 바로크 시대의 울타리를 넘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맨츠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교향곡이나 헨델(메시아, 알렉산더의 향연)과 바흐(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마태수난곡)의 대작들을 콘서트 레퍼토리로 선택하였고,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등의 정상급 정규 오케스트라들을 객원 지휘하기도 했다.

◆이번 연주회는?
= 앤드류 맨츠와 잉글리시 콘서트의 이번 내한공연 주 레퍼토리는 바흐 패밀리의 관현악작품들. 특히 바흐의 두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와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신포니아들은 이제껏 맨츠가 음반으로 선보이지 않았던 레퍼토리들이기에 이번 공연에 더욱 주목을 끈다. 이번 연주회 레퍼토리인 신포니아 F 장조는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가 남긴 아홉 곡의 신포니아 중 하나로, 바로크와 전기고전양식이 절충된 전형적인 18세기 교향곡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전교향곡과 유사한 4악장 구성의 작품이나, 마지막 악장에 배치된 메뉴엣 악장은 과거 바로크시대의 춤곡 모음곡의 그림자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카를 필립 엠마누엘은 19곡의 신포니아를 작곡하였는데, 그 중 두 작품(Wq.183-1, Wq183-3)이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되었다. 카를 필립 엠마누엘은 아버지와 헨델로 대변되던 바로크시대와 모차르트, 하이든의 고전시대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던 인물로, 그의 교향곡들 역시 바로크 시대의 서곡(관현악 모음곡)과 이후 시대의 교향곡의 과도기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아버지 바흐의 대중적인 인기작 둘도 이번 연주회에 포함됐는데 바이올린협주곡 BWV1041과 관현악모음곡 2번 BWV1067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관현악모음곡 2번 BWV1067은 여러 종류의 춤곡을 엮은 전형적인 바로크 춤곡 모음곡의 외형을 갖추었으나, 전곡에 걸쳐서 플루트가 독주악기수준의 맹활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협주곡으로의 특징을 겸비한 독특한 성격의 작품이다. 특히 폴로네이즈, 메뉴엣, 바디네리로 이어지는 마지막 세 악장은 바흐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특히 귀에 익은 친숙한 선율들이다.

일시 : 2월 11일 오후 6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공연 프로그램 :
Bach Family - A Musical Dynasty
W.F.Bach _ Sinfonia in F
C.P.E.Bach _ Orchestersinfonie No.3 in F wq 183/3
C.P.E.Bach _ Cello Concerto in A Wq 172
J.S.Bach _ Overture (Suite) No.s in b minor BWV 1067
C.P.E.Bach _ Orchestersinfonie no.1 in D wq 183/1
관람료 : VIP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청소년석 3만원
문의 : 031-783-8000, www.snart.or.kr

*자료제공=성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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