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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역사 품은 가족사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독한 주인공, 그리고 진실의 퍼즐 맞추기

'비밀'은 저자 필립 그랭베르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의 가족사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프랑스의 역사라는 두 개의 큰 줄기를 따라가며 감춰져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쫓아간다.

이민자라는 자신의 뿌리를 평생에 걸쳐 부정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뒤틀린 과거를 끄집어내 기꺼이 그 짐을 짊어진 아들, 차마 고백할 수 없었던 전쟁의 상처와 폐해, 홀로코스트,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 등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진다.

소설은 "나는 외아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형이 하나 있었다"로 시작된다. 이 기묘한 문장은 상상 속의 형과 동거를 하는 주인공의 독백이다. 고독하고 병약한 아이 그랭베르는 알 수 없는 악몽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는 어느 날 상상 속의 형을 만들어내 그를 사랑하고 의지한다. 열다섯 살 생일 즈음, 학교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기록 필름을 보게 된 그는 필름 속에 등장하는 희생자들을 희롱하는 친구와 싸움을 벌인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부모의 친구 루이즈가 주인공에게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출생과 가족에 얽힌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는데….

2004년 '프랑스 고등학생이 선정한 공쿠르 상', 2005년 '프랑스 여성독자 문학 대상', '위조 상'을 받은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프랑스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일에 가려진 슬픈 가족사는 20세기의 참혹한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증언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의 비극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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