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미국 항모 겨냥 미사일 개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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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개발 중이라고 복수의 정보 당국 관계자가 13일 밝혔다. ASBM은 함선과 같은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가 고정된 목표물을 타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모 등을 맞히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ASBM은 종말 단계에서 목표물을 찾아낸 뒤 목표물이 이동하면 미사일이 그에 따라 궤도를 수정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어 위협적이다.

지난 6일 스커드 4발 발사 때 #궤도수정 기술도 테스트 #중국·이란만 보유한 미사일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ASBM에 필요한 미사일 유도 기술과 궤도수정 기술을 개발했다”며 “지난해 9월과 지난 6일 스커드-ER 미사일 4발 동시 발사에서 이 기술들을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사 때는 3발의 스커드-ER 미사일이 탄착군을 형성할 정도로 거의 비슷한 지점에 떨어졌다. 또 다른 정보 당국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해상 목표물 공격 상황을 가정해 발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SBM은 해군력이 약한 국가가 해군력이 강한 국가에 맞설 때 내세우는 무기 체계다. 현재 중국과 이란만 갖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1990년부터 미사일 개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에서 관련 기술을 입수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4일과 5일(현지시간) 해상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파테(Fateh)-110 미사일(ASBM) 발사 훈련을 했다. 이스라엘 군 정보분석관 출신의 대량살상무기(WMD) 전문가인 다니 쇼함 박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2년께 북한은 이란으로부터 파테-110 미사일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0년께 미 해군 견제를 위해 ASBM인 둥펑(東風)-21D를 작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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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중국의 전략을 따라 하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해군 목표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인공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ASBM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방 관련 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대표는 “북한이 ASBM을 보유할 경우 유사시 해상 교통로를 마비시키고, 해상을 통한 미군 증원을 방해할 능력을 갖출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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