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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 전 대통령 죽음에까지 계산 들이댄 친문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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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계산한 거지. 내가 여기서 이렇게 떠날 때 여기서 모든 일은 끝날 거다라고 했고”라고 말했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표와 캠프는 계산해 자살한 노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하는 것이냐’는 등의 비난 여론이 일자 손 의원은 “무지의 소치였다”고 사과한 뒤 캠프 홍보 부본부장직을 사퇴했다. 문 전 대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손 의원과 문 전 대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명백하게 적절치 않은 발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목숨을 던진 전직 대통령의 비장한 심정에까지 정치적 계산을 들이대는 척박하고 천박한 우리 정치 수준에 먼저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영입 인사’들의 잇따른 구설과 막말이 잊을 만하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와 캠프의 인사검증 능력 자체에도 커다란 물음표를 만들고 있다.

손 의원과 함께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영입 1호’ 표창원 의원,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최근 차례로 구설과 논란을 만들어 징계를 받거나 캠프를 떠나거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매일이다시피 인재 영입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인사만도 1000명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물론 전문직 인사의 영입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면엔 집권 뒤 한자리를 노리고 모여든 폴리페서와 전직 관료, 변호사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문재인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구설엔 이런 세과시용 인재 영입 경쟁의 어두운 부작용이 포함돼 있다. 과도한 세몰이, 무분별한 줄세우기야말로 극복해야 할 역대 정권의 구태 캠프 정치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어떤 나라를 만들려는지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게 우선이다. 같은 당에서조차 ‘떴다방 정치’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주변 인사들의 발언이 가볍다면 어떻게 믿음을 쌓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