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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뻔뻔 황당 불쌍...박 전 대통령 사저행을 본 지금 민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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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로 돌아 왔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만나면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눈가 주변은 젖어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로 돌아 왔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만나면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눈가 주변은 젖어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실망·뻔뻔·황당·불쌍·측은-.' 12일 오후 7시38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모습, "진실은 밝혀진다"는 불복 메시지를 TV로 접한 국민들의 반응이다.

'박정희·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려온 대구·경북(TK)에서도 '불쌍', '측은' 보다는 '실망'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은진(33·여) 대구 서문시장 신발가게 직원은 "탄핵을 당해 불명예스럽게 청와대에서 쫓겨났는데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과연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종관(38·대구시 달서구)씨는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혼란에 빠졌는데, 어떻게 손을 흔들고 웃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공구상을 운영하는 송욱재(33·대구시 달서구)씨는 "진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해 한 말이 아닐 거다. 아직 검찰 조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결과를 승복하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보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학교 교직원 최모(34)씨는 "끝까지 승복하지 않는 모습, 대다수의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까지 져버린 모습이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경북 구미시 원평동에 사는 직장인 이우성(34)씨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기(64)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억울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나온 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 는 친박 계 인사들. 왼쪽 손 든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상현·민경욱·박대출·김진태·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 정광용 박사모 회장,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뒷모습의 인물은 손범규 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 는 친박 계 인사들. 왼쪽 손 든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상현·민경욱·박대출·김진태·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 정광용 박사모 회장,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뒷모습의 인물은 손범규 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역답게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주부 김수미(40·대구시 달서구)씨는 "청와대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박 전 대통령을 욕한 게 후회된다. 어쩌면 진실이 가려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부 김민정(30·대구시 수성구)씨는 "마지막 가는 길이 안쓰럽다. 눈물을 글썽이더라"고 말했다. 김종열(50) 탄기국 공동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새기고 전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구의 한 시의원은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인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의 돈을 기업에게 갈취할 이유가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TK와 달리 다른 지역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직접적인 사죄나 입장 표명 없이 미소를 지으며 사저로 복귀하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 "저러니 탄핵됐지" "황당하다" 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사저 복귀 모습을 모니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인줄 알았다" "마치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아무런 사과 없이 청와대를 떠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헌재 결과에 승복 못한 것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멘트에는 "또 한 번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은우근 광주대 교수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서 진실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던 사람이 진실이 밝혀진다는 말을 한 것은 반드시 처벌받아야할 위선이며 거짓"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김종서 교수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국민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즉각 구속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 이기동 대변인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혼이 비정상이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트위터 아이디 @mentorXXXXXXX는 "박근혜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 비난을 무시하는 발언.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주장"이라고 썼다. 아이디@thoseXXX는 "반헌법 헌재 판결 승복안해! 침통하기는커녕 미소 지어!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열렬한 환호 속에 사저로 돌아와!"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jks_XXXXX '은 김남국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 사저로 들어가는 가전제품들 무슨 돈으로 구입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구·광주광역시=김윤호·최경호·김방현 기자·전국종합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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