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꿈’ 시동 거는 김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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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종인(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선 출마의사를 시사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 구성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김 전 대표는 12일자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킹(대통령)을 할 것이냐, 킹메이커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킹메이커를 안 한다고 수도 없이 말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또 “국민 분열을 해소하고 경제·외교 등 당면과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신이 없으면 대선 출마를 안 하는 게 현명하다”며 “난 스스로 자신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킹메이커 안 한다” 대선 출마 시사 #김 “난 분열 해소 능력 있다고 생각” #정두언 “굳어진 판 흔들기엔 미약”

이달 안에 출마 여부에 관한 윤곽이 드러날지에 대해선 “지금 진행되는 걸 보면 (이달 안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답해 출마 공식화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가 출마하면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의 제3지대는 국민의당·바른정당 경선 승리자를 포함해 본격적인 다자구도가 된다. 김 전 대표가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킹메이커’ 역할을 한 뒤 다음 정권에서 내치를 책임지는 총리직을 맡지 않겠느냐는 구상은 예상에 그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주말(11~12일) 동안 개헌·비문연대 구성을 위한 잰걸음을 이어 갔다. 11일엔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고, 12일엔 한국당 내 대표적 비박계 중진인 나경원 의원과 조찬을 함께했다.

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패권정치는 안 된다’ ‘다음 정부는 연립정부로 만들어져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둘 수 없다’ 등 조기 대선과 개헌,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출마의지를 내비쳤는지에 대해선 “그런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연대는 국회에서 180석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는 대연정으로 자유한국당(94명)과 민주당(121명) 소속 의원 중 개헌파들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이날 나 의원 등과의 회동은 한국당 비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행보다.

김 전 대표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그걸(180석 이상의 연립정부) 매니지하고 효율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하면 국민이 (대통령감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바른정당과 한국당에선 김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한국당의 한 비박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친박 강성들이 ‘도로 친박당’을 만들까 봐 두려운 점이 있지만 김 전 대표가 직접 나온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다”며 “지금은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전 의원은 “여의도에서 보는 것과 별개로 국민은 김 전 대표가 누군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굳어진 판을 흔들기엔 권위나 힘도 미약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다자구도가 될수록 연대해야 한다는 압력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김 전 대표도 연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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