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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에 등장한 양손 투수, 벤디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양손 투수가 등장했다. 

양손투수 팻 벤디트.

양손투수 팻 벤디트.

주인공은 이탈리아 대표팀의 투수 팻 벤디트(시애틀 매리너스).

이탈리아 9회 말 5점, 10-9 대역전극

벤디트는 10일 멕시코 할리스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D조 멕시코와 경기에 5회 구원 등판, 왼손과 오른손을 벌갈아 사용하는 피칭으로 1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벤디트는 여섯 차례나 글러브를 바꿔 끼웠다.

벤디트가 마운드에 오른 건 4-4로 맞선 5회였다. 왼손 타자 에스테반 퀴로스를 상대하기 위해 왼손 투구를 준비했다. 그러나 몸맞는볼을 내준 뒤 역시 왼손 타자인 알렉스 버두고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상대는 오른손 타자인 브랜드 레어드. 벤디트는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공을 오른손으로 옮겨 쥐었다. 레어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다시 손을 바꿔 손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후 자페트 아마도르에게 좌전안타를 맞았고, 에프렌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줘 첫 실점했다. 루이스 알폰소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한 뒤 세바스티안 엘리살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벤디트는 패전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5-9로 뒤진 9회 말 대거 5점을 뽑는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멕시코를 10-9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벤디트는 야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양손 투구를 했다. 그는 손가락 구멍이 6개인 특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오른다. 타자에 따라 수시로 손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0라운드에 뉴욕 양키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벤디트는 마이너리그에서 뛸 당시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스위치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를 위한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8년 벤디트는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스위치타자 랄프 엔리케스를 상대했다. 당시 밴디트가 오른손으로 던지려는 자세를 취하자 엔리케스는 좌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밴디트는 왼손으로 던질 준비를 했고, 헨리케스는 다시 우타석으로 되돌아왔다. 신경전이 이어지자 심판진은 우투수-우타자 대결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미국프로야구심판협회는 '스위치 투수와 타자가 대결할 경우 투수가 어느 손으로 던질 지 결정하고, 타자가 타석 위치를 정한다'는 밴디트 룰을 만들었다.

벤디트는 2015년 오클랜드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2승2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그는 지난 시즌에는 토론토에서 뛰다 시즌 중반 시애틀로 트레이드됐다. 성적은 15경기에 출장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후 시애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고, 초청 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참가하다 이탈리아 대표팀에 합류했다. 벤디트는 2013년 WBC에도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뛰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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