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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원료 '리튬6' 지난해 해외 팔려고 시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해 핵무기의 핵심 원료로 꼽히는 리튬6를 해외에 팔려고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리튬6는 핵무기에 중성자를 집어넣을 때 필요한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데 농축 정도에 따라 수소폭탄 연료로 쓰일 수도 있다.

소형 핵탄두 핵심 원료… 수소폭탄 만들 때도 긴요 #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 "구매자는 확인 안돼"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리튬6를 국영 ‘청송연합’(영어명 Green Pine Associated Corp.)이 운영하는 위장 회사를 통해 온라인 판매하려고 했다. 청송연합은 북한 무기 수출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여겨져 미국과 유엔의 금수 조치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희소광물인 리튬은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군사적인 목적으로는 배터리, 윤활유, 약품 등에 쓰이고 핵무기 생산 때는 삼중수소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삼중수소는 핵폭발의 위력을 높여 소량의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으로도 핵폭탄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소형 핵탄두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장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농축 리튬인 리튬6를 생산한 것은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쓰일 핵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 리튬6를 팔려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는 주중 북한 대사관과 협력하는 해외 사업가가 청송연합의 위장 회사에 중개 역할을 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그렉 존스는 WSJ에 “순도 40%로 농축된 리튬은 삼중수소 생산에 쓰이고 더 순도가 높을 땐 수소폭탄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면서 북한이 팔려고 한 리튬6의 양과 순도를 알아야 정확한 의도가 파악된다고 말했다.

미 의원들은 이 보고서와 리튬6 판매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자 이번 주내 국무부와 정보기관의 브리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국무부와 국제원자력기구 등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한에 대한 새 제재 법안을 입안했던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유엔 보고서는 북한이 불법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을 거란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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