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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군항 준공된지 1년인데 … 구상권 둘러싼 민·군 갈등 여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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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총사업비 1조765억원을 투입해 제주 서귀포시 강정해안에 조성한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 메인부두에 구축함이 접안해 있다. [사진 해군 제주기지전대]

총사업비 1조765억원을 투입해 제주 서귀포시 강정해안에 조성한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 메인부두에 구축함이 접안해 있다. [사진 해군 제주기지전대]

지난 6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의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제주 해군기지로 알려진 항구에 길이 150m, 무게 4500t의 문무대왕함이 정박해 있었다. 지난해 8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6개월간 파병됐다 복귀한 최첨단 선박이다. 제주민군항은 이런 최신예 함정 20척과 크루즈선 2척을 정박시킬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주민들 “소송 철회해야” 기자회견 #해군 “공사 방해 책임 물어야 한다” #미국 구축함 배치 제안도 논란 불씨 #크루즈 터미널 완공 안 돼 혼란 예고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조성된 제주민군항이 지난달 26일로 준공 1년을 맞았다. 제주민군항은 강정마을 내 29만㎡ 토지에 해안과 바다 20만㎡를 매립해 총 49만㎡ 규모로 건립됐다. 현재 제주 기지전대와 제93잠수함전대, 제7기동전단 등 3개 부대가 배치돼 작전을 수행 중이다.

당초 민·군항 건설을 이유로 총 사업비 1조765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민항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터미널의 공사가 늦어져 빠르면 올해 말에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7월부터 177차례의 크루즈 입항이 예정돼 있어 큰 혼란이 우려된다. 승객들이 자칫 방파제 노상의 컨테이너에서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률은 25% 수준이어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내년 4월 이후로 완공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해군기지 건설 전부터 시작된 해군 측과 반대 측의 민·군 갈등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정현(77) 신부 등은 5년째 기지 안팎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문 신부 등은 생명평화미사를 통해 해군이 주민들에게 청구한 구상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해군이 지난해 3월 강정마을 주민 5개 단체 등 121명에 대해 34억5000만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데 따른 조치다. 해군 측은 “반대 측의 방해로 공사가 14개월 가량 지연돼 275억원의 공사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강정마을회는 지난 3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과 마을회간 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해군기지 갈등으로 10년간 고통받은 강정주민들이 구상권 소송으로 경제적 족쇄까지 채워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국책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구상금을 청구해서는 안된다”며 “도청과 도의회, 정치권 등이 주민의 아픔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해군 측은 “불법적 방해행위로 국책사업이 큰 차질을 빚었다”며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강정마을회 측이 공사현장 길목에 세운 8m짜리 망루용 철탑 등의 이전이 늦어지면서 공기를 맞추지 못했다”며 “국고손실과 공사 지연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 제안도 민군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이어 줌왈트까지 배치되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만약 줌왈트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태평양 진출 자체를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 보다 더 큰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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