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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최순실의 ‘강남계’ 로비 여부는 못 밝힌 엘시티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엘시티)사업 비리를 수사해 온 부산지검 특수부는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68) 자유한국당 의원 등 12명을 구속하고 허남식(67) 전 부산시장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134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부산지검 134일 수사 마무리 #현기환· 배덕광 구속, 허남식 불구속 #야당 “박 대통령, 국면 전환 위해 #수사 지시했지만 측근 비리만 드러나” #검찰 “이영복 비협조로 수사에 한계”

검찰이 70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한 엘시티 시행사 실질소유주 이영복 회장(66)과 최순실씨의 연루 의혹, 부동산 투자이민제 허가 과정, 부정대출 등을 밝혀내는 데 실패하면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검에 압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에 적힌 ‘해운대 엘시티 펀드 포스코’ 메모와 관련해서도 안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에 개입했는지를 밝혀내지 못했다.

부산지검은 7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엘시티 사업 관련 기록을 복구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커 수사가 길어졌다”며 “이 회장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지역에서 바라는 만큼 (엘시티 비리를) 100%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번 수사로 구속 기소된 이들은 현 전 수석을 포함해 12명이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 지인 사업가에게서 상품권과 술값 대납 등 4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 전 수석이 50억원의 거금을 이 회장과 지인 사업가들에게 빌려주면서 이자로 5억~10억원을 챙긴 점도 수사로 드러났다. 50억원의 출처는 밝혀내지 못했다.

2004년부터 10년간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배 의원은 9100만원, 정기룡(59) 전 부산시 경제특보는 4800만원을 이 회장에게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인 김모(64) 포럼부산비전 고문은 이 회장에게서 8년간 2억2000만원을,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측근인 이모(68) BN케미칼 대표는 이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4년부터 10년간 부산시장을 지낸 허남식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에게서 3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외에도 엘시티 사업 대출 청탁을 받고 1450만원을 수수한 이장호(69) 전 BNK금융지주 회장 등 1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순실씨와 ‘강남계’를 한 것은 확인했지만 로비 정황이나 사적 관계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 단일 사업장인 엘시티가 투자이민제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부산지검 특수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1년 치 통화기록을 뒤져봤지만 최씨와 통화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2013년 법무부가 투자이민제 지정을 해 주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금품로비를 한 단서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이 엘시티 사업에 1조7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약정을 해 주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가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규명하지 못했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국면 전환을 위해 엘시티 엄중 수사를 지시했지만 측근들의 비리만 드러난 꼴”이라며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 입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투자이민제 지정이나 시공사로 포스코가 나선 점 등을 수사해 엘시티 비리의 본질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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