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 환영합니다 … ‘일코노미’에 쏠린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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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시장 새 트렌드

최근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시작한 직장인 이민재(32)씨는 부족한 보증금 500만원을 모바일로 대출받았다. 싱글족이 주로 찾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중개 앱을 통해서다. 시중은행 대출이지만 앱 전용 우대금리(연 0.2%)를 적용하니 영업점 방문 상담보다 금리가 쌌다.

단독 세대주에게 금리 우대 #배달음식 시키면 카드 할인 #공과금 10% 할인 신용카드도 #2015년 1인 가구 500만 명↑ #싱글족 모시기 경쟁 불붙어

오피스텔 입주 후부터 나가는 가스·전기요금과 통신료는 1인 가구 맞춤형 카드를 이용해 자동이체한다. 매달 15만원가량이 부과되는데 여기서 1만원씩 카드 할인을 받고 있다. 이씨는 “요즘엔 편의점에서 20% 적립되는 카드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침이나 늦은 저녁식사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먹을 때가 많아 조만간 발급받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일코노미(1인+이코노미)’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유통업에 이어 금융권에서도 1인 가구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 혼밥, 혼술에 이어 혼여(혼자 여행 가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놀(혼자 놀기)까지 1인 가구의 생활양식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편의점이나 배달음식 이용 시 할인·적립을 많이 해주는 신용카드부터 단독 세대주에게 금리 우대를 해 주는 대출까지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이 6일 출시한 ‘1코노미 오피스텔 전세자금대출’은 단독 세대주에게 연 0.1% 금리 우대를 설정해 준다. 부양가족이 없으면 우대 조건에서 배제되기 십상인 기존 아파트 대출 상품과 반대 구조다. 단독 세대주 우대를 포함한 최고 우대금리는 연 1.4%다. 아예 이씨 같은 1인 가구가 주로 찾는 오피스텔·원룸 중개 앱과 결합한 대출 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114와 함께 ‘위비 방콜론’을 내놨다. 우리은행 위비톡을 사용하는 고객이 부동산114나 모바일 부동산 중개사이트 ‘방콜’ 앱에서 대출 신청을 하면 최대 연 0.3%까지 금리 우대가 된다. 단 두 상품 모두 모바일 전용이라 영업점 가입은 불가능하다.

일코노미 금융은 모바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젊은 도시 거주자가 주로 1인 가구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의 절반 이상(52.2%)은 40대 이하다. 서울 및 대도시권에 거주하는 비율도 전체의 66.2%나 됐다.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을 비대면 채널로 유도하는 건 은행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한 시중은행 리테일영업부장은 “인건비 등 영업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모바일 전용 상품군을 강화 중”이라고 전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개인 업무를 봐야 하는 1인 가구를 위한 ‘편의점 간이 은행’도 생겼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CU편의점 일부 매장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통장·카드 발급 등 지점 창구에서 하는 일부 업무를 소비자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만든 무인 셀프점포다. 현금 출금 등 단순 출납업무만 수행했던 기존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했다. 적금은 자기 계발이나 긴급자금 인출 등 1인 가구의 요구를 반영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싱글족을 겨냥해 출시한 ‘올포미 적금’은 졸업, 결혼, 차량 구입, 창업 등 중요 이벤트로 중도 해지하면 이자 일부(기본 이율)를 지급해 준다. KEB하나은행의 ‘시크릿 적금’은 체중 감량, 토익 점수 등 본인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줘 출시 이후 스테디셀러가 됐다.

트렌드를 읽고 일찌감치 싱글족 모시기에 나섰던 카드업계는 이제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 혜택이 큰 카드가 대표적이다. ‘KB국민 청춘대로 1코노미카드’는 편의점 적립률이 20%다. ‘CU·배달의민족 삼성카드 taptap’은 CU 결제금액 1500원당 200원 할인, 배달의민족 1만5000원 이상 결제 시 2000원 할인 외에도 음식점 및 주점 업종에서 1만원 이상 결제 시 1000원을 할인해 준다. 신한카드가 1인 남성 가구를 겨냥해 만든 ‘Mr. Life카드’는 전기·도시가스·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건당 5만원까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1인 가구는 꾸준한 증가 추세다. 2000년 222만 명에서 2015년 520만 명으로 10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딸린 식구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빚이 적고 지출할 수 있는 돈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 서정주 KB금융경영연구소 1인 가구 연구센터장은 “1인 가구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새로운 소비 대상으로 인식하고 맞춤화된 금융 상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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