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콜 수 못 채워 자살한 여고생, '욕받이 부서'에 근무

중앙일보

입력

전북의 한 이동통신회사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여고생이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저수지에 투신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해당 이동통신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센터의 살인업무로 유명을 달리한 여고생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여고생 A(17)양은 지난 2014년에도 과도한 실적압박으로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례가 있는 SAVE팀에서 최근까지 근무했다. 소위 '해지방어부서'로 불리는 SAVE팀은 인터넷,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부서로 고객센터 내에서도 가장 인격적 모독을 많이 당하는 부서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A양이 근무한 SAVE팀은 '욕받이' 부서로 불릴 만큼 인격모독이 극심한 곳"이라며 "해당 부서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그곳은 사람이 일할 곳이 아니다'고 입을 모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A양의 아버지는 딸로부터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 늦게 퇴근할 것 같아"라는 문자메시지를 종종 받았다며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미성년자였던 A양은 하루 8시간 근무를 초과할 수 없다.

대책위는 꽃다운 나이의 A양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콜센터의 혹독한 근무지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해당 이동통신회사의 사죄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콜센터 관계자는 "A양의 죽음에 대해서는 회사 동료로서 유감의 뜻을 표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절대 A양에게 실적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A양 죽음의 원인이 회사에게만 있따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