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에 숨겨 들어온 캄보디아산 필로폰 49.1g 국내선 현지 가격 100배 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카페. 자리에 앉아있던 이모(47)씨에게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이 다가갔다.
“필로폰 거래하러 나오셨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합니다.”
경찰은 이씨가 캄보디아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구매자를 찾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위장 잠복 중이었다. 경찰이 이씨의 몸을 수색했지만 몸에서는 필로폰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옆 자리에 놓여있던 과자박스에 주목했다. 과자박스를 뜯자 은박 봉지 2개 사이에서 비닐지퍼 팩에 담긴 하얀색 필로폰 가루 49.1g이 나왔다. 49.1g은 1630명이 흡입 가능한 양으로 1억6000만원에 거래되는 규모다. 이씨는 경찰에서 “캄보디아에서 만난 홍모(40)씨와 공모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서울 동작서는 캄보디아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려 한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홍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홍씨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캄보디아 포이펫시에 있는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네 차례 필로폰을 흡입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인천공항을 통과하며 직접 필로폰을 밀반입한 사람 역시 홍씨였다. 홍씨가 이용한 도구는 ‘양말’이었다. 홍씨는 필로폰 가루를 담은 비닐지퍼 팩을 넣은 채로 양말을 신었으나 발각되지 않았다. 홍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필로폰 10g을 밀반입했다고 진술했다.
홍씨와 이씨의 만남은 5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작됐다. 건설자재를 거래하는 무역업자였던 이들은 사업 부진에 더해 도박에 빠져 거액이 빚을 지자 캄보디아산 필로폰을 한국에서 팔기로 작당했다. 캄보디아에선 필로폰 가격이 싼 데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들이 들여온 필로폰 49.1g의 가격도 캄보디아에서는 5만바트(한국돈 약 164만원) 수준이다. 때마침 캄보디아 현지인인 홍씨의 여자친구가 필로폰을 구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범행을 조사한 후 지난 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