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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19금’ 히어로 영화의 진화, ‘로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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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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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Logan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보이드 홀브룩, 다프네 킨 각본 마이클 그린 촬영 존 매디슨 미술 프랑수아 오도이 특수효과 개리엘멘도르프 음악 클리프 마티네즈 편집 마이클 맥커스커, 더크 웨스터벨트 장르 액션, SF 상영 시간 137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1일=

‘로건’ 영화 리뷰

돌연변이가 자취를 감춘 2029년, 초능력을 잃어가는 로건(휴 잭맨)은 ‘울버린’이라는 정체를 감춘 채 외딴 은신처에서 살아간다. 한때 돌연변이 군단을 이끌던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는 이제 병들어 로건의 보살핌을 받는 처지. 어느 날 그들 앞에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가 나타난다.

★★★★ ‘엑스맨’ 시리즈(2000~)에 길이 남을 엔딩이다. ‘엑스맨’ 1편부터 개근했으니 휴 잭맨이 울버린을 연기한 건 벌써 17년째. 그 대장정의 막을 ‘로건’이 내리게 된 것은 다행이다. 앞서 두 편의 울버린 스핀오프 영화가 참혹한 평가를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중 한 편이 바로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더 울버린’(2013)이다. 전작에서도 그는 울버린을 스스로 자행해온 살육에 대해 고뇌하는 방랑자로 그렸다. 그러나 악당과의 대결 신은 기존 수퍼 히어로 영화의 관습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쳐, 이도 저도 아닌 평가를 받고 말았다. ‘로건’에서 원작 코믹스와 차별화를 선언한 맨골드 감독. 그는 절치부심하고 이 영화를 새로운 차원의 히어로 영화로 탄생시켰다. ‘19금 히어로 액션’의 장을 연 ‘데드풀’(2016, 팀 밀러 감독)의 참신함에 비할 만하다. 

자연치유력을 점점 잃으며 로건은 어느새 돋보기안경을 낀 노인이 됐다.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무기 ‘클로’를 보강한 특수 금속 아다만티움은 중독을 일으키며 그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다.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흡사 은퇴한 서부 무법자 같은 로건의 버거운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그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소녀 클론 로라를 피하려고만 하는 이유를 자연스레 납득시킨다. 극 중 인용되는 서부극 ‘셰인’(1956,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대사처럼, “옳든 그르든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다. 

자신처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의 삶을 위해,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업보를 갚기 위해, 로건은 결국 마지막 여정에 나선다. 로건의 본명은 제임스 하울렛. ‘로건’은 사실 그가 처음 죽인 남자의 이름이었다. 자신을 쌍둥이처럼 복제한 또 다른 살인병기에 맞서 로라를 지키려는로건 의 사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회한 가득한 과거와의 고통스러운 결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라와 로건이 빚어내는 엔딩이 마치 ‘레옹’(2013, 뤽 베송)의 그것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까닭. 

신예 다프네 킨도 잭맨에 지지 않는 야성적인 연기로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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