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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으로 폭발적 반응 … “JYP 작곡 오디션 출신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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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K팝 히든 프로듀서 [1] JYP 이우민

트와이스의 ‘낙낙(Knock Knock)’을 작곡한 이우민.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의 ‘낙낙(Knock Knock)’을 작곡한 이우민.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위기감도 있지만 여전히 K팝은 진화 중이다. 한국에서 음반을 발표하면 국내는 기본, 미국 빌보드와 각국의 아이튠즈 차트가 함께 움직인다. 노래 한 곡의 파급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K팝 한류를 이끄는 작곡가 프로듀서들의 면면도 새로워지고 있다. 그들을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본다.

어릴 때 미국 와 친구들과 말 안 통해 #기타만 치다 밴드·작곡까지 하게 돼 #록·하드코어 등 장르 오가는 잡식성 #뉴욕서 면접 보고 계약, 신기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트와이스의 신곡 ‘낙낙(Knock Knock)’은 보름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작곡가 그룹 블랙아이드필승과 함께 선보인 데뷔곡 ‘우아하게’부터 ‘치어 업’ ‘TT’에 이르는 3연속 홈런에 이어 릴레이 히트를 친 이는 JYP 인하우스(내부) 작곡가 이우민(32)씨. JYP퍼블리싱 작곡가 오디션 출신으로 그간 G.Soul 데뷔 앨범 ‘커밍 홈’과 핫펠트(예은)의 미니 앨범 ‘미?’ 등을 공동 프로듀싱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블랙아이드필승보다 인지도는 낮은 신예지만 “선이 분명해서 찌르고 들어오는 강렬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곡을 잘 쓴다”(‘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는 평처럼, 그간 다양한 장르가 믹스된 컬러팝 곡으로 사랑받아온 트와이스에게 꼭 맞으면서도 베이스가 보다 탄탄한 곡을 선사했다.

특히 ‘낙낙’은 일본 작곡가 마유 와키사카와 협업해 J팝적 요소가 가미돼 오는 6월 일본 진출을 앞둔 트와이스에게 맞춤형 선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멤버 9명 중 일본인 멤버가 3명(사나·모모·미나)이라 기대감이 큰 데다가, 지난달 말 일본에서 선발매된 디지털 음반 ‘왓츠 트와이스(What’s Twice)’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이우민 작곡가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새로운 아이돌을 찾아나서듯 오디션을 통해 작곡가를 발굴하며 회사 자체의 창작 역량을 키워나가는 최근 기획사들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국민 걸그룹’으로 떠오른 트와이스.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국민 걸그룹’으로 떠오른 트와이스.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낙낙’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곡이다. ‘TT’ 뮤직비디오 끝부분에 인트로가 삽입됐으니 그 전에 쓰여진 셈이다. 회사 제안으로 2015년 말에 호주와 일본에서 열린 송 라이팅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만난 마유 작가와 호흡이 잘 맞아 일본과 미국에서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진행했다.”
JYP 내부 심사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하던데.
“어떤 느낌의 곡을 구한다는 공지를 받으면 작업을 해서 회사에 전달한다. 이를테면 지금 진행 중인 오디션 과제는 ‘트와이스와 GOT7 타이틀곡이 될 수 있는 장르로 각 1곡씩 제출’이다. 곡을 보내면 모니터링과 회의 후에 결정되는데 며칠 내에 답변이 없으면 까인 걸로 간주한다. 다행히 이번 곡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JYP는 박진영의 곡도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JYP는 박진영의 곡도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작곡은 언제 시작했는지.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와서 말이 잘 안 통했다. 학교에 한국 친구도 별로 없어서 심심했다. 학교 가고 잠자는 시간을 빼곤 기타만 쳤던 것 같다. 그러다 밴드를 하게 됐고, 자연스레 곡도 쓰게 됐다.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맘에 1년 넘게 매일 같이 곡을 쓰다 작곡가 오디션을 보게 됐다. 뉴욕에서 진영이형을 만나 면접을 보고 계약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인하우스 작곡가의 장점은.
“내부 작곡가들끼리 분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 작업하면 효율성도 높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홍지상 작곡가와 밴드 DAY6 곡 작업을 많이 한다. 인하우스 작곡가라 외부 작업에 제한이 없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JYP는 오히려 권장하는 편이다.”
해외 활동도 많이 하나.
“송 캠프에 참가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호주에서 록 밴드 마스케타 폴(Masketta Fall)을 만나 ‘골든(Golden)’을 같이 작업했는데 지난해 앨범 타이틀 곡이 됐다. 그 때 쓴 ‘테이크 미 데어(Take Me There)’는 넷플릭스 드라마 ‘블러드라인’에 삽입되기도 했다.”
이우민의 곡으로 JYP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보여준 G.Soul과 핫펠트(예은).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이우민의 곡으로 JYP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보여준 G.Soul과 핫펠트(예은).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JYP퍼블리싱은 2012년 7월부터 1년에 2회씩 작곡가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지 크레에이티브 매니저는 “현재 전문 작곡가는 22명이고, 직접 작곡도 하는 소속 아티스트까지 포함하면 51명으로 늘어난다”며 “신인 작가를 꾸준히 발굴하는 한편 우리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함께 만들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세대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뭘까. 이우민 작곡가는 “G.Soul과 작업 당시 서로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방향성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제가 좋아하는 하우스 음악과 그의 R&B 감성이 잘 어우러져 ‘커밍 홈’ 같은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록·하드코어·팝 등 장르 구분없이 잡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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