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과 만났던 말레이시아 전 차관 “평양 주재 대사관 철수해야”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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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의소리방송 홈페이지 캡처]

[사진 미국의소리방송 홈페이지 캡처]

데니스 이그네이셔스 전 말레이시아 차관이 3일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에서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대사관 철수를 주장했다.

 이그네이셔스 전 차관은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경화 획득과 유엔 제재 회피의 근거지로 삼아 왔다며 애초부터 잘못된 관계였다”고 말했다. 또 “김정남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불법 활동과 노동자 파견 등에 엄격한 제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정도 대형 사건이라면, 그(김정은)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한다. (강철) 북한대사의 발언은 말레이시아 당국뿐 아니라 북한 정부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의 전임자는 소환된 뒤 처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대사 역할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구나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땐 더욱 그렇다. 북한대사가 이렇게 거친 언행을 보이는 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0년대 김일성 주석과 면담한 내용도 전했다. 그는 “회의 석상에 함께 앉은 북한 총리와 외무상 등 고위 관리들이 하나같이 수첩에 기록을 하면서 김 주석이 웃으면 따라 웃고 웃음을 멈추면 똑같이 멈추더라. 김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그들에게서 공포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그네이셔스 전 차관은 칠레, 아르헨티나, 캐나다 주재 대사 등을 역임했고, 동아시아 담당 수석 차관보, 유럽 담당 차관, 미주 담당 차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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