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과주말을] 뻔한 경구 ? … 때론 인생에 산소호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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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용운 채근담
한용운 지음, 성각스님 옮김, 부글북스, 236쪽, 1만1000원

고전(古典)이 고전이 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탐욕은 처음 일어날 때 없애라' '사람을 사귈 때는 어렵게 만나라' '잘못을 지나치게 지적하지 마라' '화를 잘 내는 사람을 만날 때는 침묵하라''소인과는 원수가 되지 마라' '한가할 때 조심하라'같은 이 책의 경구들은 첫 발화(發話)뒤 수세기를 지난 지금에도 울림을 전한다.

'채근담'은 본래 중국 명나라(1368~1644) 홍자성이 지은 것이라고도 하고, 또 청나라(1636~1912)때 홍응명이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혹자는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고도 하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판본을 두고 만해 한용운이 1915년 당시의 독자에 맞게 정리한 것이다. 한문투가 적지 않았던 한용운의 원문을 2000년대 요즘 사람들에 맞게 옮긴 것이 이 신간이다. 당연히 읽기에 수월하다.

이런 마음씀 덕분에 "나무 뿌리를 씹어 먹듯 한다"(採根)는 본래의 제목 뜻이 잘 살아난다. 어쩌면 뻔하고 단순한 경구들이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되씹는 맛이 새록새록 난다. 원본 '채근담'의 사상적 근원이 유교.도교에 걸쳐있는 것처럼, 내용 역시 실용적 처세론과 초월적인 마음수양을 고루 겨냥한다.

경구 마다 한자 원문과 주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배열한 편집은 읽는 이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부박한 하루살이 인생에 산소호흡기처럼 곁에 두고 읽기에 좋을 듯 싶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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