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복합쇼핑몰 월2회 의무휴업 추진…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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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적 비용은 많은 사람에 퍼지는 반면 이득은 소규모 집단 집중 #정치권은 목소리 큰 집단에 먼저 귀 기울여 #맞벌이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주말에 쇼핑할 권리는 없는 건가

자유한국당과 정부, 청와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며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3일 밝혔습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만 규정돼 있는데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서울 영등포의 T쇼핑몰이나 I쇼핑몰, 경기도 하남의 S쇼핑몰 등도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씩은 반드시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국회 논의를 봐야 하겠지만 어떤 요일에 쉬도록 할 것인가를 각 자치단체의 조례로 위임할 경우 주말에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국의 수많은 영세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거대 자본과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진입해서 돈을 싹쓸이 해가려는 문제는 이미 수도 없이 많이 지적됐습니다.

그럼에도 당ㆍ정ㆍ청의 결정이 아쉬운 건 지나치게 한 쪽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가 실제 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5년 12월 내놓은 보고서엔 “규제로 인한 대규모 점포 등의 매출액 감소가 전통시장으로 유입돼 상생이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적혀 있습니다. 현행 제도만 놓고 봤을 때도 효과가 불분명한데, 여기에 복합쇼핑몰까지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면 자칫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벌이 가구의 소득과 소비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부부 중 한 사람만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은 돈벌이도, 씀씀이도 줄었다는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그나마 맞벌이 가구는 소득과 소비가 모두 늘었다고 합니다. 맞벌이 가구만이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뒷걸음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맞벌이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요? 물론 개인의 성취를 위해 그런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요?

이러한 복합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는 풀기가 어려우니 일단 한 쪽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편할까요?

그렇게 맞벌이 하는 사람들에게 주말이 아닌 평일에 대형마트에 가고 복합쇼핑몰에 가라는 건 조금 잔인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너희들은 살만하니까 어려운 사람들이 버틸 수 있게 도와주자”는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그걸 강요하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회적 비용은 많은 사람에게 퍼지는 반면 그로 인한 이득은 소규모 집단에 집중돼 결국 소규모 집단의 강한 목소리에 따라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정치적 원리가 이번에도 적용되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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