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검토 필요” 한국 무역도 폭풍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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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에 부는 외풍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일 백악관에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왼쪽),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일 백악관에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왼쪽),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제타격까지 포함한 초강경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있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엔 미국의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미 FTA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 의회에 보고서 #"한국과 무역적자 배 이상 늘어” #강경파 라이시저 대표 인준 땐 #재협상 압박 더 세질 가능성

USTR은 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7 무역정책 의제와 2016 연례 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미 무역적자가 급증했다”며 “한·미 FTA를 포함한 여러 무역협정에 대한 접근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6년 미국의 한국 수출상품은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줄었으나 한국 제품 수입액은 13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 이상 늘었다. USTR은 “한·미 FTA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두 배 이상이 됐으며,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인이 협정으로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USTR의 이날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에서 나온 메시지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FTA 주무부처인 USTR까지 나선 것은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USTR이 한·미 FTA를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이유로 지목하며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FTA에 대한 압박은 USTR이 통상정책의 4대 우선과제 중 하나로 꼽은 ‘새롭고 더 좋은 무역협정 협상’에 한·미 FTA를 포함시킨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미 FTA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대중국 무역적자 증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문제와 함께 거론돼 있다. 이 중 NAFTA의 경우 트럼프 정부는 이미 재협상을 천명했다. USTR은 트럼프가 내건 ‘공정무역’ 이행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보고서엔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이 공정한 스탠더드를 유지하길 바라며 불공정한 무역활동이 있을 시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를 바로잡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상을 가까운 미래(near future)에 시작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보고서에 “지난해 한·미 FTA 공동위원회와 상품무역위원회 등 9개 협정 이행기구 회의를 통해 규제 투명성, 통관정책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긍정적 평가가 담긴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미 FTA가 미비점을 개선해 오고 있는 만큼 미국 쪽의 재협상 요구 강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기대 어린 시각이다. 그러나 통상 관료들도 내부적으론 USTR의 기조가 달라졌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한·미 FTA에 대한 기류가 변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달 말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로버트 라이시저 USTR 대표의 인준이 결정되면 한·미 FTA 재검토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백민정 기자, 세종=이승호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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