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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 쫓겨나는 ‘임대료 난민’ 막아라 … 대선 이슈로 떠오른 골목상권 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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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28일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음악인이 힙합듀오 리쌍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한 가장이 4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삶의 터전이다. 함부로 빼앗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임대료 5% 이상 못 올리게” #다른 주자도 “지역상권 상생” 목청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도입엔 신중론

발언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을 노래한 음악인들과 작곡가 윤민석씨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기를 찾으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상인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한다. 이 말은 지난해 여름 리쌍이 소유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에서 상가를 임차해 사용하던 곱창집 사장과 리쌍이 임대차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사회문제로 커졌다. 가로수길뿐 아니라 홍익대, 상수동, 이태원 해방촌, 성수동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서울의 신흥상권이 대부분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대선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린 그날 국회에선 지역상권보호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의 상인에 대해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보다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현행법에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는 5년 동안은 임차료 인상률이 연 9%를 넘을 수 없다. 두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차료 인상률을 더 낮추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미 지난달 23일 관련 대책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장사가 될 만하면 임대료를 인상하고, 자영업자들이 상권을 키워놓으면 혜택이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임대료 인상 한도를 9%에서 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부 입장은 다르더라도 골목상권 보호에는 모든 대선주자가 동의하고 있어 입법 논의가 구체화되는 건 시간 문제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에 더해 전통적인 방식의 골목상권 보호방안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0일 “대통령이 된다면 복합쇼핑몰과 대형유통점 주말영업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달 16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골목상권 보호 추진방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월 2회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까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의 해법에 대해선 비판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8일 공청회에 나온 김영주(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임대료 상한이나 계약갱신기간의 연장 등 재산권의 제한이 위헌 소지는 없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 제도를 놓고도 효과가 불분명한데 복합쇼핑몰과 면세점까지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면 자칫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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