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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간 환율, 거래은행만 공개 "외환시장 쏠림 현상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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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일 시작된 '환율 이중호가제'로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이중호가제는 은행 간 거래 환율과 은행-고객 간 환율(준거환율)을 별도로 운영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은행 간 거래 환율을 기업과 외국인 등 일반인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거래에 직접 끼어들 수 있었지만, 이를 차단한 것이다.

2일 한국은행과 시중 은행들에 따르면 이중호가제 시행으로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투기세력이 거래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투기 거래에 섣불리 나설 수 없게 됐다"며 "기업들이 시장 움직임에 덩달아 민감하게 움직이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기업과 외국인이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이 약간의 외환시장 변동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쏠림 현상은 심했다. 이제껏 외환시장에서는 은행 간 시장이 대고객 시장과 너무 붙어 있었기 때문으로 국내에서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 기업들이 일제히 달러화를 매도해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한은 오재권 외환시장팀장은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중호가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 거래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실시간 호가를 알 수 없게 되자 답답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메신저 등을 통해 은행으로부터 호가를 직접 파악하기도 한다. 또 은행의 준거환율에 따라 간접 거래하기 때문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외환은행 하종수 외환딜러는 "은행들은 시장조성자로 성장하면서 별도 수수료 수입도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달라진 제도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모습이다. KIDB-ICAP 외국환중개 홍원재 상무는 "기업이 은행 간 체결가를 알 수는 없지만 은행별로 고시하는 준거환율을 보면 체결가의 추이를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자원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도록 수출보험공사 등을 통해 전일 체결가를 시간대별로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체결가와 준거환율을 확인함으로써 과도하게 비싼 수수료를 물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외환은행 거래 고객인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어 당장은 불편하지만 외환시장 불안만 완화된다면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복수의 은행에 전화해 가격을 흥정하는 쪽으로 거래관행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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