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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파워틴] 장애 딛고 월드 클래스, 테니스 선수 이덕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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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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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Deaf Tennis Player, Sound Is No Barrier'

지난해 말, 한국의 십대 청소년이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의 기획 기사(클릭 시 이동)에 등장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도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테니스 선수의 이야기였다.

이 선수의 이름은 이덕희(만 18세 9개월, 현대자동차 후원). 이덕희는 2월 20일 기준 세계 랭킹 135위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 남자프로테니스 세계 랭킹은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발표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 선수가 세계 랭킹 83위다.

(TONG)이덕희 선수

코트에서 라켓을 잡고 뛰는 이덕희 선수의 모습만 봐서는 청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다. 청각장애 3급은 양쪽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80dB 이상이다. 일반 대화음(40~60dB)은 거의 들을 수 없으며, 보통 사람이라면 소음으로 느낄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정도다. 테니스 선수들에게 소리는 중요하다. 뉴욕타임스는 나브라틸로바 같은 유명 테니스 스타조차 선수들이 서브할때 종종 괴성을 지르는것은 "라켓과 공의 타격음을 상대선수가 듣지 못하게 하려는 부정행위"라고 비난했다며 이덕희 선수의 특별한 스토리를 전했다.

테니스 코트에서 이덕희 선수는 상대의 몸짓을 본다. 공을 치는 소리나 공이 바닥에 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밝은 눈과 뛰어난 집중력으로 보완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던 그였지만 유망주로 꼽혔고, 지난해 국내 최연소(만 18세 2개월)로 세계 랭킹 200위에 진입했다.

[사진제공=S&B컴퍼니]

[사진제공=S&B컴퍼니]

지난 2월 국가대표로 출전한 데이비스컵에서 이덕희는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데니스 이스토민(우즈베키스탄, 세계 랭킹 80위)과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스토민은 세계 랭킹 33위까지 올랐던 강자다. 비록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자신을 향한 기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기였다. 경북 김천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3일, 대회 출전을 위해 일본 출국을 앞두고 잠시 고향 충북 제천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덕희 선수를 만났다. 대회와 대회 사이에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코트에서 가벼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별도 트레이닝으로 체력과 근력을 보완한다.

코트 훈련 직후 잠시 짬을 낸 이덕희 선수는 여느 십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현으로, 어눌하지만 적극적인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덕희 선수의 사촌형이기도 한 우충효 코치가 대화와 촬영을 도왔다. 취재진이 질문하면 이 선수는 통역의 구화(상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로 이해한다.

- 테니스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사촌 형이 테니스를 치는 걸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형이 지금 훈련을 도와주는 우충효 코치죠. 일곱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는데 처음부터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하다 보니 승부욕도 생겼고, 테니스 코트에 서면 즐겁고 행복했어요.”

- 선수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테니스가 아니더라도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적극 지지해 주셨고요. 사촌 형 덕분에 우연히 시작한 테니스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고, 부모님의 권유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한국 테니스의 미래'라는 수식어와 함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부담스럽진 않은가요.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 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았을 때, 평소의 성격과 생활은.
“친구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잘 어울리는 성격이에요. 평소 생활이라면, 투어나 훈련이 없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테니스 말고 하는 게 많지는 않아요. 쉬더라도 다른 선수들 경기 보고, 맛있는 것 먹고. 최대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편이에요.”

- 장애와 관련해 많은 보도가 있었는데,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나요.
“들리지 않는 것 또한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걸요. 그렇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불편하진 않아요. 시합 중엔 아무래도 불편한 것이 있죠. 서브에서 ‘레트’ 판정 상황의 경우, 네트에 스친 소리나 심판의 콜 사인을 듣지 못해서 (‘폴트’로 착각해) 강하게 서브를 넣지 못할 때가 있어요. 또 나라마다 판정 수신호가 달라 가끔 영향이 있을 때도 있죠. 그러나 (그런 상황들이) 내 경기력에 크게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 자신의 장점과 보완한 점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저는 완벽한 선수가 아니에요. 아직 보완할 점이 많죠. 더 열심히 훈련해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니시코리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의 장점이라면 강한 스트로크를 꼽고 싶어요. 스트로크로는 신체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독특한 징크스나 습관이 있나요.
“별다른 징크스는 없어요. 오히려 우리 코치님은 있더라고요. 내 모든 시합이 끝날 때까지 1회전 경기를 치를 때 앉았던 좌석에 꼭 똑같이 앉으세요. 루틴(습관)은, 시합 전 직접 라켓 그립을 감는 것과 테니스 라켓 스트링에 마크를 칠하는 것 정도를 일정하게 해요.

- 올해의 목표와 장기적인 꿈은.
“2017 시즌 목표는 ‘TOP 100’ 진입입니다. 또 챌린저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 타이틀을 획득 하는 것과 ATP 월드 투어 및 그랜드슬램 본선에 자력 진출 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처럼 부상 없이 즐겁게 테니스를 치고 싶은 게 꿈이에요.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한데, 계속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는 날도 올 거라고 믿습니다.”

- 끝으로, 동년배인 10대 청소년에게 응원 메시지 부탁해요.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세요. 분명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해 있을 거예요. 힘들더라도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꼭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길 바랍니다.”

(TONG)이덕희 선수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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