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vs태극기의 행진에 '솔로몬 지혜' 발휘한 법원…여전히 충돌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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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주년을 맞은 이번 3ㆍ1절에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ㆍ반 집회가 대규모로 열린다. 양측의 집회ㆍ행진 코스가 겹치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법원이 행진 구간을 조정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 하지만 충돌 우려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모임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2시부터 세종대로 사거리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서울역과 동대문 방향으로 이어진 약 4.8㎞ 거리의 도로에서 ‘3ㆍ1 탄핵기각을 위한 전국민 태극기집회’를 연다.

집회가 끝나면 5개 코스에 걸쳐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쪽으로 행진을 하고 돌아와 오후 8시까지 다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탄기국 측은 이날 최대 700만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제18차 촛불집회는 오후 5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매주 촛불집회 후 청와대 등으로 향했던 행진은 이날 금지됐다. 탄기국 측이 먼저 신고한 행진 방향과 겹쳤기 때문이다.

앞서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0개의 행진코스와 22개의 집회장소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 종로경찰서는 탄기국의 행진 방향과 겹친다는 이유로 금지통보를 했다. 이에 퇴진행동은 옥외집회 금지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8일 탄기국의 행진 코스와 겹치지 않게 하면서도 퇴진행동이 신청한 구간을 최대한 허용했다.
세종대로~경복궁 로터리, 안국동 로터리~안국역 5번출구까지는 허용하는 대신 그 중간에 낀 경복궁 로터리~안국동 로터리는 불허했다. 청운ㆍ효자동 주민센터로 향하는 코스 중 겹치는 일부 구간에 대해선 경찰 차벽이 설치된다는 점을 고려해 허가했다.

재판부는 “집시법에서 관할경찰서장은 집회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이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된다고 인정되면 평화적으로 개최ㆍ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퇴진행동 측이 행진을 요구하는 범위 중 일부는 중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탄핵 찬반 단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여전히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장소가 5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 집회의 열기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202개 부대 1만6000명의 인력을 배치해 안전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홍상지ㆍ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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