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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내년 말 민간인 두 명 달탐사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4년 10월31일 영국의 상업 우주비행업체 버진 갤랙틱의 우주비행선 ‘스페이스십2’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추락하면서 부조종사가 숨지고 조종사는 크게 다쳤다. 일반 승객이 없었던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사고로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우주여행 사업의 꿈을 접어야 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브랜슨 회장의 꿈을 물려받았다. 그가 민간 우주개발업체로 설립한 스페이스X는 내년 말께 민간인 2명이 달 주위를 여행하게 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버진 갤랙틱의 민간 우주여행은 지구 대기권을 살짝 넘어섰다가 돌아오는 맛보기였다. 러시아가 돈벌이 목적으로 억만장자 민간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을 시켜줬지만 지구 주변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벗어나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달 탐사가 성공할 경우 본격적인 민간우주인 시대를 열게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말께 달 주위 여행(일주일)을 위해 민간인 2명과 접촉했으며, 이를 흥분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이미 달 여행을 위해 많은 돈을 냈다”며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처럼 이들은 보편적인 인간 탐사 정신에 따라 인류의 희망과 꿈을 싣고 우주로 여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고객 2명이 누구인지, 여행비로 얼마를 냈는지 등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다만 할리우드 출신은 아니며, 2명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7∼8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를 ISS에 올려보내면서 정부가 러시아에 지급한 금액이 2000만 달러(약 23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달 주변 비행을 위해 민간인 한 명이 스페이스X에 지급한 비용은 5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버진 갤랙틱의 2시간 남짓 걸리는 여행 비용은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달 주변 여행에 나설 우주여행 민간인 2명은 ‘팔콘 헤비’ 로켓에 탑재되는 ‘크루 드래곤’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이들은 올 하반기 건강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로켓 발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39A 발사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39A는 1969년 인류 사상 처음으로 인간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를 쏘아올린 곳이다. 스페이스X는 2014년부터 20년간 이 발사대의 임대 계약을 따냈다.
이들 민간인이 달 주변을 돌고 올 경우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달 탐사를 재개한 첫 우주인으로 기록된다. 머스크는 “내년은 46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이 우주 깊은 곳으로 가는 기회”라며 “태양계 속으로 더욱 빠르고 더욱 멀리 여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우주개발 계획이 윤곽을 갖추기까지 위기도 있었다. 스페이스X는 우주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로켓 재사용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전력을 다해 로켓 회수에 나서 지금까지 육상회수 3회, 해상회수 5회 등 총 8회 성공했다. 그러나 실상은 도전과 실패로 점철돼 있다.
지난해 9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엔진 가동 시험 도중에 폭발했다. 로켓 내 액체 헬륨을 저장하는 탱크 3개 중 1개가 고장나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고가의 위성, 발사대 등이 파손돼 스페이스X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3000억원의 금전적인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우주여행에 관한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굴하지 않고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모든 로켓이 안정적으로 발사됐고, 발사체를 모두 회수해 경제성을 확보했다. 머스크는 ”단순히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하기보다 진정으로 가능한 물리학의 경계가 무엇인지 탐험하고 싶었다“면서 ”그래야 믿기힘든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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