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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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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박사

고수석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박사

며칠 뒤면 3월이다. 따뜻한 봄기운이 북한에 퍼지려면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봄을 어떻게 맞이할까?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자아비판을 한 뒤 지난 두 달 동안 잔인한 독재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집권 초 권력 안정화의 1등 공신인 김원홍 국가보위상(한국의 국가정보원장)을 해임하고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아울러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을 사주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는 어디까지 갈까? 세대교체 차원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람들을 물러나게 할 때까지는 그의 폭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도 그렇게 했다. 아버지 김일성의 사람이었던 김동규(1915~80) 국가부주석 등을 숙청했고 아웅산테러(1983년), KAL 폭파사건(1987년) 등을 사주했다. 권력이란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 김정은의 다음 타깃은 누구일까?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다. 그는 ‘김정일의 남자’로 2009년 인민군 정찰총국장에 임명되면서 그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다. 정찰총국은 각종 대남·해외 공작 업무를 총괄하며 지금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받는 곳이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하면서 기세가 등등했고 현재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하고 있다. 당 서열 12위다.

하지만 기세등등했던 정찰총국장 시절의 버릇이 남아 그는 현재 맡고 있는 당 통일전선부의 권한을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찰총국과 월권행위로 마찰이 생겼고 개인 비리까지 보태져 지난해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 김정은이 여차하면 날릴 사람이다.

김정은은 김원홍 후임으로 당분간 공석으로 두면서 자신이 국가보위성을 휘어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심부름은 김창섭 보위성 정치국장에게 맡길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도 과거 국가보위상을 공석으로 두고 자신이 통솔했는데 김정은이 이를 따라 할 모양이다. 결국 김정은은 이번 봄에 아버지 세대를 대부분 물러나게 하고 자신의 왕국을 완성하려고 한다.

그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즈음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이미 올해 신년사에서 “ICBM 발사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가 시기적으로 2월 16일이나 4월 15일로 예측했다. 2월 16일이 지나갔으니 4월 15일 즈음이 유력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두 달 동안 보여준 김정은의 돌발적인 행동은 끝이 아니다. 다음달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첫 훈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인식으로 보면 과거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점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김정은이 지난 몇 년 동안 해마다 조성하고 있는 ‘긴장의 봄’은 언제쯤 끝날려나.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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