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독살 후폭풍] 말레이 경찰, 암살 연루 북한 외교관 체포 강행키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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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호 10면

북한 대사관에 문건 전달 … 경찰서장 “수사 협조 않으면 영장 청구하겠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피살사건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에 대한 체포를 강행할 방침이다. 압둘 사마 맛 셀랑고르주 경찰서장은 25일 현광성(44)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사마 서장은 이날 “경찰이 추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북한 외교관에게 ‘합리적인’ 시간을 주겠다”면서도 “만일 협조하지 않을 경우 출석통지서를 발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통지서를 받고 출두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단계를 밟겠다”고 했다. 경찰이 시간에 구애받기보다 차근차근 압박 강도를 높여 가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후 1시5분(현지시간)쯤에는 ‘말레이시아 정부 공식 문건’이라고 적힌 문건이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직원에게 전달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어 북한 교민 20~30명이 삼삼오오 대사관 안에 모여들었다. 교민 집회는 지난 16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사마 서장은 지난 22일 경찰이 30대 말레이시아 남성의 아파트를 급습해 김정남 피살사건과 연루된 화학 액체를 발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확보한 화학물질의 구체적인 종류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는 이날 강력반 형사와 법률팀, 범죄감식반 등 사복 경찰 12명이 용의자 없이 2차 현장검증을 진행했다고 현지 중국보가 보도했다.

인니 여성 용의자 “10만원 받았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 시티 아이샤(25)는 이날 영사 면담을 하고 “TV 쇼를 위한 장난으로 믿었으며 매번 촬영 때마다 400링깃(약 10만2000원)을 받았다”며 “손에 바른 것은 베이비오일로 알았다”고 말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이 22일 기자회견에서 여성 용의자들이 독극물임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발언이라 주목된다. 이날 아이샤를 만난 안드레아노 어윈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부대사는 아이샤가 VX 신경가스 중독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무척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에 대한 영사 면담도 이뤄졌다. VX 신경가스에 중독돼 구토증상을 보였다고 전해진 도안의 건강상태에 대해 면담을 마친 베트남대사관 직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사건 발생 13일 차인 25일에도 내외신 기자들은 공항 제2청사와 북한대사관,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부검실과 체포된 용의자들을 조사 중인 세팡 경찰서로 나눠 사건의 진행 과정을 취재했다. 하지만 주말을 맞아 추가 용의자 체포나 시신 확인을 위한 유족 방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막후에서 김정남의 유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층 사이의 비밀 채널을 통해 시신의 신원 확정과 행방 등이 긴밀하게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의 객원연구자인 마이클 매든은 영국 BBC에 “김정남 암살에는 사건 후 평양으로 도주한 이재남이 소속된 ‘제3층’으로 불리는 기구가 개입됐다”고 분석했다.

쿠알라룸푸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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