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극이 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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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호 31면

연희단거리패가 우리 연극의 원형인 굿을 동시대 연극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시리즈를 기획했다. 첫 작품인 ‘씻금’(3월 1~12일·사진)은 진도 씻김굿을 최초로 무대화한 작품으로 진도 씻김굿의 원로인 채정례 무당의 삶과 굿을 극으로 엮었다. 이윤택 연출이 씻김굿과 육자배기, 흥그레 타령, 닭노래, 진도 아리랑 등 진도의 다양한 민요들을 총동원해 이름 없이 살다 간 민중들의 한과 꿈을 역사적 언어로 수용, ‘굿극’이란 장르적 개념을 얻기도 했다.

동해안 별신굿을 바탕으로 한 '오구'(3월 16일∼4월 2일)는 초연 26년을 맞은 대표적인 명품연극. 엄숙한 죽음의 가치를 한국적 해학의 정서로 터치해 일본, 독일 등 세계를 돌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마지막 작품 '초혼'(4월 20일~5월 7일)은 제주도 근현대 수난의 역사현실을 제주도의 독특한 전통연희양식인 무혼굿으로 풀어낸 창작극이다.

이윤택 연출은 “판소리가 1인 서사구조를 해체하고 창조적 현실을 극으로 담아 창극이 성립되듯, 굿이 무속인들의 구복신앙에서 벗어나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굿극이 성립된다”며 “우리 연극의 원형인 굿의 원리를 현대극에 적용시켰다”고 전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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