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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경찰청 첫 여성 수장 … 188년 유리천장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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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영제국의 치안 총책 자리에 놓여있던 유리 천정이 뚫렸다. 영국 런던경찰청이 188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경찰청장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영국 경찰의 ‘빅3’로 불리는 고위직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지게 됐다.

여성 첫 부청장 출신 크레시다 딕 지명 #은퇴 후 외무부 근무 2년 만에 복귀 #딕 “중대한 책임이자 놀라운 기회” #범죄수사국장, 경찰서장협회장 등 #영국 경찰 빅3 ‘스트롱 우먼’ 시대

BBC 등 영국 언론은 크레시다 딕(56) 외무부 국장이 버나드 호건 하우 런던경찰청장의 후임으로 지명됐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29년 설립된 런던경찰청에서 여성이 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딕은 일찌감치 치안 총수감으로 지목돼왔다. 1983년 경찰 뱃지를 단 이후 31년간 경찰로 복무했다. 2009년엔 여성 최초로 런던경찰청 부청장까지 올랐다. 딕은 납치와 테러 사건을 지휘하면서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강철 같은 단단한 면모를 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딕은 은퇴후 영국 외무부에서 근무하다가 2년 만에 런던경찰의 사령관으로 금의환향했다.

런던경찰청은 수도 런던의 치안뿐 아니라 영국 전체의 대 테러 업무와 왕실가족 보호까지 맡는다. 2년간의 외무부 경험이 치안 업무를 보는 시야를 한층 넓혀줬다는 평가다.

앰버 루드 내무장관은 “딕은 런던경찰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이제 테러와 사이버범죄 등에 맞서는 영국 경찰 내 가장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딕은 특출한 자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켜세웠고,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오늘은 런던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딕은 지명 이후 성명을 내고 “중대한 책임이자 놀라운 기회”라며 “시민을 보호하고 런던경찰청의 남녀 동료들과 일할 날들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딕의 경력엔 아킬레스 건이 있다. 그는 2005년 런던 대중교통 폭파 테러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했다. 그때 무고한 브라질 남성이 용의자로 잘못 지목돼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다. 당시 사망한 장 샤를 데 메네제스의 유가족은 딕의 임명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어떤 가족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에 의해 가족을 떠내보내는 비극을 경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경찰청장과 함께 영국 경찰의 최고위직으로 꼽히는 다른 두 자리도 여성이 이끌고 있다. 린 오웬스 국가범죄수사국(NCA) 국장과 사라 손튼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 회장이다. 오웬스가 지휘봉을 잡은 NCA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에 해당한다. 그는 2011년 4월에 치러진 윌리암 왕세자와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의 결혼식의 경호 총 책임을 맡았다. 메이 총리와는 메이가 내무장관 시절 범죄수사센터를 이끌며 호흡을 맞췄다. 오웬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중범죄 퇴치를 위한 노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손튼 회장 역시 치안 현장을 꿰뚫고 있다. 우범지대인 태임즈 밸리 경찰청 참모장과 연합경찰 부청장 등을 거쳤다. 딕 청장과 함께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였으나 고배를 마셨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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