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정미 재판관 후임 지명, 빠를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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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다음주 지명키로 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선고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양 대법원장이 선뜻 후임자 인선에 나서지 않았던 명분은 “탄핵 선고 지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고영한 법원행정처장 국회 답변)였다. 하지만 그제 헌재가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확정하자 결정 선고가 임박했다고 보고 후임자 지명에 나선 것이다. 다소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다.

사실 다음달 13일에 퇴임하는 이 재판관의 후임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월 말 박한철 헌재 소장 퇴임 직후부터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 동시에 나왔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국회 측은 재판관 공백의 장기화에 따른 헌재 사건 심리 부실을 걱정한 반면 대통령 측은 짧은 심리로 인한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굳이 서둘러서 지명하다 보면 그게 헌재에는 이 재판관 임기 이후로 탄핵 선고를 미뤄도 된다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숙고하는 양 대법원장을 두고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법대로 안 하고 좌고우면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법치주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옳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은 헌법 111조에 따라 9인 재판관의 완전체가 결정해야 정당성이 확보되는 게 맞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통령 몫인 헌재 소장 후임자 임명은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라 어렵다.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 재판관 후임자를 임명해 재판관 공백 상태를 최소화하는 게 차선이다. 7인 체제에선 헌재 결정의 권위와 정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난해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다른 사건 심리는 전면 보류 중이다.

양 대법원장이 후임자를 지명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신속히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도 국가적 위기 탈출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검증의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