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소중지자가 될 박근혜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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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실상 수사기간이 만료(2월 28일)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조건부 기소중지(起訴中止)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를 확인했지만 대통령의 불기소 특권이 소멸될 때까지 시한부로 기소를 유보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 중에는 형사소추되지 않는다. 특검은 수사기간이 종료하면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고 박 대통령을 기소할 수도 없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직후 또는 기각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민간인 신분이 되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기소중지자의 상태가 된다. 현직 대통령이 기소중지자가 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오게 된 상황은 씁쓸하다.

기소중지 처분은 사건을 임시로 중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사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수배와 함께 내린다. 기소중지 해제의 사유가 풀리면 지체 없이 수사를 재개해야 되는 게 수사기관의 의무다.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지 않는 한 기소중지 처분은 불가피하다. 잠재적인 범죄자란 얘기다.

특검은 지금까지의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수사기간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물 건너가고 있는 상태에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대로 대면조사를 받았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검은 지난 9일 박 대통령과의 대면조사를 추진했으나 박 대통령 측이 언론에 일정이 공개된 것을 빌미로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아직도 청와대와 조율하고 있다지만 성사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한다면 같은 기소중지 처분이라도 퇴임 후 특검의 수사기록이 남아 전면적인 재수사를 받는 운명만은 피했을 수도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