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대포 잡는다, WBC에 뜬 국산 잠수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우규민

우규민

“(우)규민이가 달라졌어요.”

국제무대서 강한 언더핸드 투수 #평가전 쾌투, 김인식 감독 눈도장 #거포 많은 네덜란드전 선발 예상 #“선발·주전 안 가리고 내 몫 해낼 것”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우규민(32)에 대한 김한수(46) 삼성 감독의 평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우규민은 14년간 몸 담았던 LG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김 감독은 “‘우규민이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옆에서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 많은 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우규민은 삼성 캠프에서 열흘 동안 훈련을 마친 뒤 지난 1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캠프에서 이렇게 열심히 운동한 적이 없었다. 덕분에 지금 체중이 신인 때와 같은 79㎏으로 줄었다”며 웃었다.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우규민은 장원준(두산)·양현종(KIA)과 함께 다음달 6일 개막하는 WBC 1라운드에서 한국의 선발투수를 맡을 예정이다.

우규민은 지난 22일 요코하마DeNA와의 평가전에서 올해 첫 실전경기를 치렀다. 선발 양현종에 이어 3회 등판한 우규민은 2이닝동안 안타 2개 만을 내주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투구 밸런스를 잡는 중이다. 볼넷을 내주지 않은 건 만족스럽다”고 했다. 우규민은 또 다른 선발 후보였던 이대은(경찰야구단)이 부진한 틈을 타 김인식(70)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우규민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대거 포진한 네덜란드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우규민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2차 예선, 2015 프리미어12 등에 출전했다. 9경기에서 10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10개를 잡았고, 1자책점만 내줬을 만큼 국제대회에 강했다.

우규민의 직구는 시속 140㎞를 거의 넘지 못한다. 대신 정확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2013부터 3시즌 동안 매년 10승 이상을 거뒀다. 우규민은 “나는 공의 무브먼트를 이용하는 투수다. 솔기가 많이 튀어나오지 않은 WBC 공인구가 변화를 던지기에 더 좋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스로(잠수함) 투수다. 국내에 사이드암 투수들이 꽤 많지만 우규민처럼 허리를 숙여 팔을 지면에 가깝게 내려 던지는 유형은 거의 없다. 잠수함 투수를 상대할 일이 별로 없는 미국·중남미 출신 타자들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언더핸드 스로 투수를 만나면 고전했다. 우규민은 “김인식 감독님이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우규민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쿠바와의 평가전 등판 때 타구에 오른 손등을 맞은 뒤 핵심 전력에서 빠졌다. 그는 “프리미어 12에서는 한 번도 선발 등판하지 못했다. 민폐만 끼쳤다. 그래서 올해 WBC가 더욱 각별하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가리지 않고 내 몫을 다해내겠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